레슬링 금빛 영웅들의 윈윈 ‘체급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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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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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金’ 김현우-‘아테네 金’ 정지현, 인천亞대회 동반 金 다짐

‘런던의 영웅’ 김현우(아래)가 21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을 목말 태우고 활짝 웃고있다. 이들은 상생을 위한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런던의 영웅’ 김현우(아래)가 21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을 목말 태우고 활짝 웃고있다. 이들은 상생을 위한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현우가 체급을 올리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은퇴했을 겁니다.”(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정)지현이 형이 없었다면 런던에서 금메달 못 땄을 겁니다. 이제 그 보답을 해야지요.”(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

한국 레슬링의 대들보이자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인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29)과 ‘런던의 영웅’ 김현우(24·이상 삼성생명)가 상생을 위한 체급 조정을 결정했다.

런던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손가락 골절을 당하고도 금메달을 따내 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김현우는 앞으로 체급을 74kg급으로 올려 새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60kg급 간판 스타였던 정지현은 김현우가 떠난 66kg급에 진출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21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 신의로 이룬 체급 조정

체급 조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정지현은 은퇴를 고민해 왔다. 하지만 후배 김현우가 74kg급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하면서 체중 감량 부담이 적은 66kg급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정지현은 “현우가 66kg급에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은퇴했을 것이다. 아마도 내 마음을 알고 결정을 빨리해 준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현우는 “지현이 형은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경기를 앞둔 나를 위해 훈련 파트너까지 해줬다”라며 “체급을 올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지현이 형이 은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라고 말했다.

○ 죽음의 체중 감량 부담 덜었다

정지현과 김현우는 이 같은 체급 조정으로 모두 감량의 부담을 덜게 됐다. 평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둘은 레슬링 선수 중에서도 체중 감량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대회 전 평균 8kg가량 감량하는데, 그들은 10kg 이상씩 감량해야 했다. 선수들이 체중 감량 도중 실신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감량의 고통은 극심하다.

정지현은 “나이가 드니 살도 잘 안 빠지고 체중 감량 후에도 컨디션이 잘 회복되지 않았는데 큰 짐을 덜었다”라며 “현우와 함께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동반 금메달로 런던의 한을 풀고 싶다”라고 말했다.

두 레슬링 영웅의 체급 조정을 조율한 안한봉 삼성생명 레슬링팀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나도 현역 시절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1∼2년 앞두고 체급을 올려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런 노하우를 지현이와 현우에게 충분히 전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레슬링#김현우#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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