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민족을 위로한 외증조부 소월… 제 노래도 그런 소중한 역할 했으면” 소월 외증손녀 소프라노 김상은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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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 탄생 110주년 독창회

4, 5년 전만 해도 김상은 씨(36·사진)에게 시인 소월 김정식(1902∼34)은 ‘교과서 속 인물’이었다. 김 씨는 소월의 맏딸인 구생 씨의 장녀 최정자 씨(70)의 맏딸이니 시인의 외증손녀이지만 그 의미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김 씨가 소월의 후손이라는 존재를 깊이 자각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다가왔다.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귀국해 CCM(기독교계 팝 음악·contemporary christian music) 가수로 활동하던 때였다. 2005년 그의 집에 피아노를 조율하러 온 조율사가 “이제 소월아트홀로 조율하러 간다”고 하기에 “내가 소월의 외증손녀”라고 응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5년 뒤인 2010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로부터 개관 5주년 기념 연주회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소프라노 김상은’이 아니라 소월의 증손녀로 노래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대기실에서 잠시 정신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무대에 오르니 관객들의 애정 어린 눈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때 결심했습니다.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뭔가를 하겠다고요.”

이후 작곡가 이권희 씨에게 의뢰해 소월의 시 가운데 ‘못잊어’ ‘산유화’ ‘개여울’ ‘초혼’ 등에 곡을 붙여 지난해 12월 ‘소월의 노래’라는 음반을 냈다. 올 8월에는 소월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 ‘소월의 딸들’을 펴냈다. 올해 소월 탄생 110주년을 맞아 음반 수록곡을 중심으로 독창회 ‘소월을 부르다’를 연다. 13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외증조부의 시를 읽으면서 힘을 얻습니다. 노래할 때 그 마음을 어떻게 더 담을까, 어떻게 하면 그 시를 더 잘 전달할까 고민합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 민족을 시로 위로한 할아버지 소월처럼, 제 노래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소월#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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