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英 ‘北문제 상하원 공동委 의장’ 올턴 경 “한국의 진보좌파, 北인권에 입 다물면 부도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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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英 ‘北문제 상하원 공동委 의장’ 올턴 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악마의 얼굴을 보고서도 침묵한다면 그 역시 악마와 다를 바 없다.”

영국의회 종신 상원의원이자 ‘북한에 관한 상·하원 공동위원회’ 의장인 데이비드 올턴 경(사진)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진보좌파 진영이 북한 인권 문제에 입을 닫고 있는 건 부도덕한 짓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띳 문따폰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인용해 “지난 30년간 북한 감옥에서 숨진 사람이 40만 명이 넘고 지금도 강제수용소에 구금된 사람이 20만 명에 이른다”며 “냉전시절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소련의 인권침해를 최대한 많이 바깥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학대받는 반체제인사들을 도와주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올턴 경이 처음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년 전 탈북자 유상준 씨를 만나면서부터다. 굶주림으로 아들을 잃은 유 씨가 목숨을 걸고 탈북과 재입북을 반복하며 다른 사람의 탈북을 돕는 것을 본 올턴 경은 이후 장진성, 이금순 씨 등 탈북자들을 초대해 의회 청문회를 갖고 북한 인권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반면 지난해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영국으로 초청해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당사자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등 북한 지도부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총 4차례 방북에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실종된 한국인 목사 문제를 제기할 만큼 적극적인 올턴 경은 북한 인권문제 해법으로 ‘한반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주장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추진했던 ‘헬싱키 프로세스’는 과거 소련을 상대로 한 외교활동을 인권문제와 적극 연계하는 방법이다. 헬싱키 프로세스의 도움으로 1989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정치범수용소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는 “북한에서도, 한미중일에서 모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과거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더 많은 젊은 세대들이 대선주자, 정치인에게 북한 인권에 주목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올턴 경은 2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북한인권사건리포트와 인권침해: 냉전과 헬싱키 조약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진보좌파#북한 인권#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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