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65)이 7일 서울 중구 인권위 집무실에서 임기중 보람 있었던 활동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한 편의 뮤지컬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2006년 8월 변호사로 활동하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될 때만 하더라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지식도 관심도 없었다. 취임 뒤 지인의 추천으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했다. 수감자 강제 처형과 고문, 성폭행이 일상처럼 저질러지는 북한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이 탈북자 정성산 감독(43)의 손으로 생생히 그려졌다. 커튼콜과 함께 그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인권위원의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그는 인권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기 시작했다. ‘북한 인권 스페셜리스트’ 김태훈 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65)의 이야기다.
김 위원장이 9일 임기를 마치고 인권위를 떠난다. 비상임위원이 된 지 꼭 6년 만이다. 임기 3년의 위원직을 연임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7일 서울 중구 인권위 집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재임 기간 중 북한인권법 제정 권고, 신숙자 모녀 송환 촉구 권고 등을 주도했다. 인권위 북한인권침해센터 개소와 북한인권침해 사례집 발간에도 나섰다. 그는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많다”며 “탈북자 인권 조사와 북한 인권 문제 해외 협력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채택하도록 하는 정부 권고안을 발의했다가 상임위 논의 끝에 기각됐던 일을 재임 중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2010년 12월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권 보장’ 권고안이 6개월 진통 끝에 통과됐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고 했다. 당시 ‘민간단체의 대북방송과 전단 살포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권고안에 친북단체가 “북한과 전쟁을 벌이자는 것이냐”며 반대했지만 그는 뚝심을 꺾지 않았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위원장은 3명이 거쳐 갔다. 김 위원장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에 대해 “안경환 위원장 재직 당시 다소 좌편향적이었던 인권위가 균형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한 3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가 꾸준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 인권 운동 현장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가장 자주 봤다”고 했다. 올해 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시위 현장을 찾았던 것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북한 인권 문제에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인권위를 떠나 변호사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탈북자와 북한 인권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 가족에게 돈을 보내다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탈북자나 북한에서 마약 거래 등 범죄에 강제로 연루됐다는 이유로 정착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다”며 “이들을 위해 법률적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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