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설립 지미 웨일스 “나는 실패를 잘했다… 그리고 지금도 잘한다”

  • 동아일보

서울대서 창업 노하우 강연

“실패하세요, 실패하세요, 실패하세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 씨(46)는 29일 서울대의 한 강당에 모인 수백 명의 대학생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청중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SSN)가 공동 주최한 ‘2012 대한민국 학생 창업 페스티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었다. 위키피디아는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식을 올리고, 수정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종이로 된 백과사전의 종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와 공유’ 정신에 바탕을 둔 ‘웹 2.0’ 시대의 상징으로 꼽힌다.

웨일스 씨가 앵무새처럼 “실패하라”는 말을 되풀이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중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창업했다가 망하면 재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빚더미에 앉아 ‘실패한 인생’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한다.

웨일스 씨는 “지미는 실패를 잘한다(Jimmy is good at failure)”는 말을 응원구호처럼 큰 소리로 반복해가며 실패담을 쏟아냈다. 그는 “위키피디아를 시작하기 전인 1996년 시카고 선물(先物)거래소에서 일할 때 직장인들이 점심을 밖에 나가서 사먹는 게 비효율적으로 보여 온라인 음식주문 사이트를 열었다”면서 “하지만 유치하려던 음식점 주인이 나를 외계인처럼 바라봤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3에입스(APS)’라는 검색 사이트를 만들었다. ‘유인원(ape)’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유인원이 찾아준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검색 결과에 붙은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료를 받는 모델을 만들었는데 또 실패했다”고 말했다.

2001년에 만든 위키피디아도 처음에는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는 “12개의 지식 목록을 만드는 데만 25만 달러(약 2억9500만 원)를 들여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실패 경험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3에입스는 광고료를 받는 모델로 실패했으니 위키피디아에선 아예 광고를 없앴다. 그 대신 소액의 기부금을 받기로 했다. 위키피디아에는 지금 260개 언어로 된 약 20만 개의 전문 지식이 올라와 있다. 지식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역발상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한 대학생이 진지하게 물었다. 당신은 재기하기 어려운 실패를 경험한 일이 있느냐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답했다.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시도한 뒤 실패하는 게 낫다. 그 대신 정말로 즐길 수 있는 일을 택해야 한다.”

웨일스 씨는 또 “실패가 대단한 경험이라고 주위에서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해 기적을 일군 나라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미국의 벤처 문화도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벤처를 인수하는 대기업이 많다. 기업이 아니라 실패하고 성공했던 창업자들의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위키피디아#지미 웨일스#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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