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현지 날짜 16∼27일)가 경쟁 부문에 초청한 한국 감독들의 작품은 극과 극이다. 임상수 감독의 작품은 ‘명료함’이 특징이고, 홍상수 감독의 것은 ‘모호함’으로 정의된다.
홍 감독의 칸 출품작 ‘다른 나라에서’(31일 개봉)에는 이전 작품들처럼 기승전결이 없다. 3개의 에피소드에서 이야기가 증발한 자리에는 실험성만이 남았다. 프랑스의 이자벨 위페르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영화감독, 바람난 유부녀, 이혼녀로 등장한다. 1인 3역이다. 영화는 전북 부안군의 작은 해변인 모항을 배경으로 프랑스 여인 3명이 한국인과 술 마시고, 밥 먹고, 말다툼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감독에게 경쟁 부문에 세 번째 초청된 소감부터 물었다. “그곳 사람들이 제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체험하는 일은 항상 재미있어요. 관객이 환영해주는 분위기도 특별하죠. 좋다고 할 수 없지만 특별합니다.”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건넸다. “위페르가 나온다고 상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여러 영화제 심사위원을 해봤지만 그렇게 상을 주진 않아요.” 위페르는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두 번 탔고 심사위원장까지 지낸 프랑스 영화계의 ‘거물’이다.
“이번 영화도 모호하다”는 말에 그는 “보통의 영화는 일반적 현실인식에서 출발해 의도와 메시지를 담지만 나는 소재와 장소, 배우를 먼저 선택하고 소재가 주는 자극에 따라 영화를 만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 영화를 뭐라고 규정하지 말라”고 했다. “‘왜’라는 말을 찾아야 우리는 안정감을 갖죠. 하지만 실제 삶은 고민해 봐야 실체가 안 잡혀요. (내가) 직관과 우연을 수용하는 것은 단선적으로 정리된 의도에 얽매이지 말자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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