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싱가포르 니안시티에서 열린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 ‘아우디 스타크리에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영지 씨(오른쪽)가 자신이 만든 의상을 입은 모델과 함께 런웨이를 걷고 있다. 색동을 응용한 파스텔톤 줄무늬 원피스와 족두리를 재해석한 머리장식 등 한국적 요소를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우디 스타크리에이션 제공
“한국의 전통미를 부각한 데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패션 행사인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가 미래 유망 디자이너를 뽑는 선발대회 ‘아우디 스타크리에이션’에서 한국인 고영지 씨(32·홍익대 의상디자인학과 대학원)가 우승을 차지했다. 14일 싱가포르 니안시티에서 열린 이 행사는 아시아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패션업계 경력 2년 이하의 16∼35세가 참가 대상이다. 3명을 우승자로 선발하는 이 대회에서 고 씨는 중국의 량왕(27), 태국의 소라빗 깨우까몬 씨(23)와 함께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고 씨는 구한말 궁중무희였다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리진의 삶을 주제로 삼았다. 색동을 응용한 파스텔톤 줄무늬 원피스와 블라우스 등을 선보였고, 족두리를 단순화한 머리장식도 만들었다. 그는 “소설을 통해 만난 리진이 파리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 예술에 대한 열정, 외로움 등이 내가 파리 유학생활을 통해 겪었던 경험과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고 씨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수상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2006년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2009년 동대문 패션상가 두산타워가 개최하는 벤처디자인콘퍼런스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후 두산타워 내 디자이너 전문매장, 두체에서 1년간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대상을 탔고, 부상으로 주어진 장학금으로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패션스쿨 에스모드에서 1년간 연수했다.
최종 목표가 유럽 무대 진출이라는 고 씨는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11월 스페인에서 패션브랜드 망고가 개최하는 ‘망고어워드’에도 출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00명이 늘어난 255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최종예선 진출자 12명 중 한국인이 4명이나 포함됐다. 고 씨는 상금으로 1만 싱가포르달러를 받고 싱가포르 유명 패션업체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갖는다. 또 다음 해 열리는 AFX에서 소규모 컬렉션을 선보일 기회도 얻게 됐다. AFX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패션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2010년부터 싱가포르섬유패션연맹과 싱가포르관광청 등 민관이 공동으로 개최해 온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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