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력이 국력”… UAE국적포기 자원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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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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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언 따라… 경계작전 완수 위해… 병영을 택한 청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올해 2월 해군에 자원 입대한 임학묵 이병이 20일 해군 2함대 소속 전남함의 갑판에서 출항 대비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올해 2월 해군에 자원 입대한 임학묵 이병이 20일 해군 2함대 소속 전남함의 갑판에서 출항 대비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에서 군 복무를 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인 전남함(1500t급)에 최근 갑판병으로 배치된 임학묵 이병(29)은 ‘늦깎이 수병’이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올해 2월 서른이 다 돼 입대한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함정 근무를 자원해 전남함의 최고령 막내 수병이 됐다.

임 이병의 아버지(임재진 씨·2003년 작고)는 두산중공업의 해외지사 간부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로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다. 임 이병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UAE에서 고교까지 마친 뒤 현지 국적을 취득했다. 본인이 원하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 이병의 아버지는 수시로 각국 함정이 정박하는 UAE의 칼리드 항으로 아들을 데려갔다고 한다. “아버지는 ‘오랜 해외생활을 해보니 해군력이 국력임을 절감한다. 대한민국 남자로 해군에 입대해 군함을 타고 영해를 지켜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죠.”

임 이병은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해군에 입대할 계획이었지만 2003년 아버지가 지병 악화로 작고하면서 계획을 늦췄다. 아버지 대신 어린 여동생의 학비를 벌고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임 이병은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성실히 군 복무를 마쳐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대학을 마친 임 이병은 영국에서 외국기업에 취업해 근무하다 2007년 UAE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국제협력실에서 통역과 번역 업무를 맡았다. 그는 뛰어난 영어와 아랍어 실력 덕분에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안내를 맡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해군#아버지#유언#임학묵 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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