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한 편, 8000여 학생 닫힌 마음 열다…

  • Array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학교 폭력 다룬 ‘선인장 꽃피다’, 대구학생문화센터서 장기 공연

7일 오전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선인장 꽃피다’의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앉아 있던 학생 등 관람객이 모두 일어나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7일 오전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선인장 꽃피다’의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앉아 있던 학생 등 관람객이 모두 일어나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7일 오전 11시 반 대구 달서구 용산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교실로 꾸며진 무대 위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마주 섰다.

한 여학생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고 흐느끼며 소리쳤다. 불량스러운 복장의 여학생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가 싸늘하게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이야”라고 맞섰다. 낙담한 여학생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공연장에는 침묵만 흘렀다. “아니야. 그러면 안 돼.” 객석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 정적을 깼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대구학생문화센터가 만든 뮤지컬 한 편이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센터가 지역 극단에 의뢰해 만든 뮤지컬 ‘선인장 꽃피다’는 같은 학교 친구를 괴롭히던 남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도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충격을 받은 그는 장난삼아 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괴롭히던 친구에게 사과하고 다시 친구로 지낸다는 내용이다. 4∼7일 총 7회 공연된 이 작품은 애초 4회로 계획됐지만, 공연을 본 학생과 학교의 요구가 이어져 연장됐다. 800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봤다. 이 중에는 올해 2월 선배가 후배에게 2년 동안 대물림 학교폭력을 행사해 4명이 구속된 대구 D고교 전교생 900여 명도 있었다. 이 학교 학생부장(45)은 “사건에 연루된 학생 6명도 공연을 보고 많이 뉘우쳤다”며 “강연이나 교사의 훈계보다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 2명은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로 배우들을 찾아갔다. 어두운 표정에 멈칫거리는 행동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일 수 있다’고 생각한 배우들은 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잘해보자’ ‘잘될 거야’라고 힘을 줬다. 학생들은 웃으며 돌아갔다.

공연을 본 뒤 피해학생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는 김도경 양(15)은 “그동안 학교폭력을 보고도 모른 체했는데 방관도 학교폭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뮤지컬처럼 다들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용기를 내 피해학생을 돕고 가해학생은 말릴 것”이라고 했다.

대구학생문화센터는 40회 정도 추가로 공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선인장꽃피다#뮤지컬#학교폭력#대구학생문화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