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의 ‘착한 목소리’, 그중의 100명…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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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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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 5만여 명 참가
최종 선발 100명 목소리 기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녹음실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문 성우의 지도를 받아 국내 여행 서적을 낭독하고 있다. 시민 100명이 기부한 ‘착한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은 6일 공개될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녹음실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문 성우의 지도를 받아 국내 여행 서적을 낭독하고 있다. 시민 100명이 기부한 ‘착한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은 6일 공개될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국적으로 오디션 열풍이 불던 지난해 12월, 말기 자궁암 환자인 김화정 씨(37)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주관하는 ‘목소리 오디션’에 참가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는 2년 전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고 서울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그가 이날 심사위원들 앞에서 진땀을 흘리며 오디션을 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 씨는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장애인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일반인의 목소리를 기부받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디오북은 전국 맹아학교와 시각장애인용 도서관으로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오디션에는 총 5만여 명이 참가했고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김 씨 등 최종 100명이 선정됐다.

‘100명의 천사’는 어설프지만 정성이 담긴 목소리로 국내 여행 도서인 ‘소도시 여행의 로망’을 읽어 내려갔다. 이들의 녹음을 지도한 전문 성우 30명은 “눈으로 여행을 즐길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더욱 생생하게 읽어 달라”고 주문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신청서에 적어 낸 참여 동기는 다 달랐다. 김 씨는 “내가 환자가 되니 장애인과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얼마 전 암세포가 머리까지 전이돼 녹음에 참여하지 못할까 마음 졸였는데 기적적으로 녹음 일정 동안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녹음실에서 마무리 녹음 작업을 마치고 나온 그는 “이번 기부 활동을 통해 내가 아프고 나서 받은 마음속 상처까지 치유받은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교통사고로 눈을 다쳤다는 진현희 씨(36·여)도 목소리 기부에 동참했다. 그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알게 돼 미안한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봉사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 인생에도 큰 용기가 됐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 씨(27·여)는 시각장애인인 고모를 응원하기 위해 참여했다. 이 밖에도 현직 성악가, 사내방송 아나운서, 성우 등 분야별 전문가부터 고교 시절 방송부 아나운서의 경력을 살려 지원한 직장인과 대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의 ‘착한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 1만5000권은 6일 출판기념회에서 공개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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