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도 두손 든 ‘꼿꼿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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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모범공직자-부서 54건 선정

배종엽 처장/이은섭 연구사/이종태 교사
배종엽 처장/이은섭 연구사/이종태 교사
배종엽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처장(54)은 2010년 11월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업무를 맡은 뒤 휴게소를 무단 점유한 채 영업을 하는 불법노점상 정리에 나섰다. 배 처장이 ‘휴게소 이용객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단속 준비를 시작하자 노점상들이 배 처장을 찾아와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그는 노점상 모임인 ‘고속도로휴게소 노점상연합회’ 측과 12차례나 만나 “휴게소에 잡화코너인 ‘하이숍’을 만들어 물품공급권을 주겠다”며 설득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내 배에 칼이 들어오기 전에는 안 된다’며 회의장을 뛰쳐나간 노점상도 있었고, 노점상과 결탁한 폭력조직이 배 처장을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끈질긴 그의 노력에 결국 169개 휴게소에서 영업하던 328개의 불법노점상이 지난해 8월 모두 사라졌다. 배 처장은 “목숨을 건다는 신념으로 일했다”며 “노점상들이 이제 정식 유통업자로 변신해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사원은 21일 이처럼 성실하고 창의적인 자세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모범공직자 사례 54건을 발굴해 이 중 27건을 감사원장 표창 대상자로 선정하고, 나머지 27건은 해당 기관장이 표창하도록 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은섭 연구사(55)는 2007년 2월 콩 육종 업무를 맡은 뒤 신품종 연구시간이 부족하자 퇴근 이후와 주말을 이용해 전문가들을 만나고 시험재배단지를 찾아다녔다. 7개월간의 노력 끝에 그는 병충해에 강하고 꼬투리당 알갱이가 기존 품종보다 50% 많은 ‘연풍콩’을 찾아냈다. 이후 3년간의 시험재배를 거쳐 지난해부터 농가에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감사원은 “경기도 콩 재배면적의 절반이 이 품종을 재배하면 100억 원의 농가소득 증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립재활원 재활훈련과의 이종태 특수훈련교사(53)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운전연습시설이 부족하자 자동차학원을 빌려 국립재활원의 차량과 인력으로 장애인을 교육하는 ‘장애인 운전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12월 장애인 133명이 운전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장애인의 운전교육 신청 대기 시간이 3개월에서 1∼2주로 줄었다.

이 밖에 심야시간에 무덤이나 절벽에서 잠복하면서 유사휘발유 제조업자를 추적해 판매업자들에게서 156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부산국세청 신고분석1과, 새로운 쇠고기 원산지 분석법을 개발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단속의 효율을 높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검정과도 모범사례에 포함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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