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도 절망도 못 막은 학구열… 입학 60년 만에 쓴 학사모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성균관대 졸업 김정헌-황기성 씨

“교수는 아들뻘, 같은 반 학생들은 손자뻘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60년 소원이었던 졸업장을 받게 돼 너무 기쁩니다.”

24일 열리는 성균관대 졸업식에서 80대 만학도들이 학사모를 쓰게 됐다. 주인공은 근영실업 대표 김정헌 씨(81)와 황기성 씨(80). 이 ‘원로 학부생’들의 약 60년 만의 졸업에 젊은 졸업생들과 학생들은 “인간 승리”라며 입을 모아 축하했다.

김 씨는 6·25전쟁이 한창이었던 1952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4학년 1학기까지 마친 그는 지금의 ROTC인 학사연대에 입대했고, 전역 후 당시 부흥부(현재의 경제기획원)에 들어가 10여 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1973년부터는 복합재료를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과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김 씨는 그동안 미뤄오던 학업을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성균관대 4학년으로 재입학 허가를 받아 2011년 2학기부터 ‘복학생’이 됐다. 같은 수업을 듣는 20대 학생들과 학교 근처의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기도 하며 대학생활을 즐긴 그는 아들뻘 교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황 씨는 1954년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당시 한 학기 6000원(현재 600만 원 상당)의 등록금을 내지 못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군 제대 이후에도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던 그는 1980년 제1회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해 부동산중개업을 해오다 지난해 은퇴하고 성균관대에 재입학했다. 황 씨는 “졸업 앨범은 아직 가지고 있지만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이 한(恨)이 됐었다”며 “58년 만에 받은 이 졸업장 덕에 한을 풀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2010년 1월 말레이시아 해외 봉사 중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동료 여성 봉사단원 3명을 구하고 숨진 스포츠과학부 08학번 정요한 씨(당시 24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