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휴대전화 없이 90일 살아보니… 美대학생 ‘고립실험’ 유튜브에 올려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랑은 깊어지고 온라인 우정은 떠나”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으로 일상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가끔 ‘이런 문명의 이기(利器)가 없던 이전 세상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미국의 광고전문대학인 시카고 포트폴리오 스쿨에 다니는 제이크 라일리(24)에게도 이런 순간이 찾아왔다.

제이크 라일리 씨
제이크 라일리 씨
지난해 그의 집에 친한 친구 6명이 모였다. 각자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고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 ‘앵그리 버드’를 하는 데 열중할 뿐 대화는 없었다. 그 순간 그는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휴대전화와 노트북 화면 대신 ‘진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90일 동안 온라인 소셜네트워크(SNS)와 e메일, 휴대전화로부터 스스로를 고립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라일리는 이 실험을 ‘더 아미시 프로젝트’라 칭하고 과정을 유튜브(www.youtube.com/watch?v=dpDQONK5-qI&feature=player_embedded)에도 올렸다.

라일리는 우선 지인들에게 “약간의 인생 리모델링을 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낸 뒤 e메일과 휴대전화 등 모든 네트워크 계정을 닫았다. 당장 불편했던 것은 연락방법. 곧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지인들과 친구 집에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 집 앞 길바닥에 분필로 메모를 남겼다. ‘연락 규칙’도 만들었다. 창문에 호박을 두면 집에 있으니 들어오라는 메시지로 알라는 거였다.

학교 친구들에게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학교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벽보로 연락했다.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참지 못한 친구들은 떠났다. 그 대신 얼굴을 자주 보고 집을 오가면서 여자친구와의 사랑은 더 깊어졌다. 그는 “분필, 호박 등을 통한 메시지가 페이스북 게시판을 대신했다”며 “(실험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친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실험 후) 정말 가까운 친구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찾아온 또 다른 선물은 ‘늘어난 시간’. 페이스북을 하는 데 매일 1시간 반을 썼던 라일리는 “(그런 일들이) 정말 시간낭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교에 오후 10시까지 남아 학업에 투자한 시간도 늘었고 공원에서 명상에 잠기거나 산책하고 자전거 타기, 아이스스케이팅 등의 취미를 즐겼다”고 말했다.

라일리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는 “3개월 동안의 실험으로 난 확실히 바뀐 것 같다. 이제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사는 방법을 배웠다. 사람과의 관계도 피상적이 아니라 더욱 진지해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고립실헙#노트북#유튜브#제이크라일리#휴대전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