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졸업생들 “희망커피를 팝니다”

  • 동아일보

■ 청각장애 3명의 자활일터 1호 ‘카페 홀더’ 문 열어

광주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커피전문점 ‘카페 홀더’ 개업식이 21일 열렸다.광주 서구 상무지구 광주도시철도공사 1층에 들어선 카페 홀더 개장 기념식에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대표 김용목 목사(가운데 줄 왼쪽에서 두 번째), 강운태 광주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소설가 공지영 씨(뒷줄 가운데), 곽정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와 종업원들이 활짝 웃으며 ‘사랑’이라는 뜻의 수화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커피전문점 ‘카페 홀더’ 개업식이 21일 열렸다.광주 서구 상무지구 광주도시철도공사 1층에 들어선 카페 홀더 개장 기념식에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대표 김용목 목사(가운데 줄 왼쪽에서 두 번째), 강운태 광주시장(가운데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소설가 공지영 씨(뒷줄 가운데), 곽정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와 종업원들이 활짝 웃으며 ‘사랑’이라는 뜻의 수화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 제공
21일 오전 9시경 광주지하철 상무역 인근 광주도시철도공사 청사 1층 로비. 50m²(약 15평) 정도로 아담한 공간에 테이블 4개가 놓여 있었다. 간판에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카페 홀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카페 홀더는 ‘도가니 파문’이 일었던 광주 인화학교 졸업생들이 일하는 커피전문점이다.

주방에서는 커피 바리스타 임수진 씨(33·여)가 A 군(19) 등 3명에게 근무 요령을 설명하고 있었다. A 군 등은 올 2월 인화학교를 졸업한 청각장애인이다. 바리스타 경력 8년째인 임 씨는 이달 1일부터 카페 홀더 식구가 돼 A 군 등에게 커피 제조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임 씨의 설명을 듣던 또 다른 청각장애인 B 씨(21·여)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사람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B 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B 씨는 “하루 종일 커피를 내렸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커피를 맛있게 마셔 기분이 좋다”고 했다. A 군 등은 바리스타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카페 홀더를 독특한 향과 맛을 선사하는 커피전문점으로 만들고 싶은 포부도 있다.

카페 홀더는 인화학교 졸업생들의 자활을 위한 첫 일터다. 홀더는 2006년부터 인화학교 학생 10여 명을 돌봐왔다. 정부 후원 없이 운영위원, 시민의 기부로 4년을 버텨왔다.

홀더 측은 지난해 말부터 학생들의 자활 공간 마련에 고민했다. 현재 홀더에서 생활하는 인화학교 졸업생 15명 중 9명이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홀더 측은 올 8월경 광주지역의 한 방송국에서 행복의 도가니 콘서트를 열어 종잣돈 3000만 원을 모았다. 또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 씨와 대전의 한 교회 목사 등이 거액을 기부해 카페 홀더가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카페 홀더 개업식에는 공 씨를 비롯해 강운태 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카페 홀더는 내년 초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김혜옥 홀더공동체 원장은 “카페 홀더가 맛과 향기로 승부하는 명소가 돼 나머지 학생들도 일할 수 있는 2, 3호점이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