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땅’서 한국 6대종단 “소통”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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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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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순례 지도자 20명 캄보디아 킬링필드 방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6대 종단 대표들이 캄보디아 승왕청에서 텝봉 승왕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텝봉 승왕,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최근덕 성균관장. 시엠리아프·프놈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6대 종단 대표들이 캄보디아 승왕청에서 텝봉 승왕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텝봉 승왕,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최근덕 성균관장. 시엠리아프·프놈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우리 종교인들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서로 다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 간 대화와 교류가 모두에게 행복한 자유의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15km 떨어진 쩌응아익 지역의 ‘킬링필드’ 위령탑 앞.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나란히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이곳은 1970년대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가 1만7000여 명을 살해한 곳이다. 당시 이들에게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인은 100만 명 이상, 통계에 따라 수백만 명을 헤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날 위령탑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함께 기원문을 낭독하고 묵념했다. 이 행사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의 ‘2011 대한민국 종교지도자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 일환으로 열렸다. 종지협 대표의장인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최근덕 성균관장,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20여 명이 참가했다. 대표단은 이번 순례에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원과 왕실 사찰 실버파고다 등을 방문하고 캄보디아의 멘삼안 부총리, 민킨 종교부 장관, 텝봉 승왕 등을 차례로 만났다.

캄보디아는 불교도가 전체 인구의 95%에 달한다. 국왕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텝봉 승왕(僧王·79)은 한국 종교 지도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크메르루주 치하에서 종교가 말살된 시대를 보냈던 캄보디아인들은 어떤 민족보다 종교의 자유를 귀하게 여긴다”면서 “한국의 다양한 종교가 이곳에 진출해 국민들을 보듬어 안아 달라”고 부탁했다. 텝봉 승왕은 ‘킬링필드’ 당시 수감돼 고문과 탄압을 받았으며 오늘날 캄보디아 불교 부활을 이끌었다.

자승 스님은 “‘킬링필드’는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다”면서 “한국과 캄보디아 종교계열 대학의 교환학생 제도를 논의하고 종교, 문화 교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캄보디아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종교 간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면서 “종교가 서로 대화하며 정신문화의 정화를 위해 구체적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조계종에서 설립한 현지 어린이를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한 기관인 로터스월드 캄보디아 지부를 방문한 뒤 인근 마을에 구호용 쌀을 전달했다. 개신교 대표인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시엠리아프·프놈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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