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석해균 선장 “해적과 주먹으론 안돼 머리로 싸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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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방문 첫 강의

14일 오후 3시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58)이 생애 첫 특강을 하러 부산 동구 좌천동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을 방문했다. 직원 150여 명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남해해양경찰청은 국내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수사를 맡았던 곳. 석 선장은 “평생 경찰서와 병원이라곤 안 와 봤는데 올해 두 군데 다 왔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해적들이 국적이 어디냐고 묻기에 ‘코리아’라고 했어요. 해적들이 ‘꼬레아 꼬레아’ 하면서 총을 위아래로 흔들며 미친 듯 좋아하는 거예요. 기분이 나빴어요. ‘야, 돈이다. 봉이다’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주먹으로는 안 되지만 머리로는 너희들과 싸워 지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지그재그 운항, 속력 줄이기 등 알려진 것 외에 납치 당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척하면서 삼호주얼리호 현 위치, 해적 규모와 경계 위치, 무기 소지 현황, 구출작전 때 접근이 편한 선미(船尾)를 활용하라는 e메일을 청해부대, 삼호해운, 국제해적센터에 보낸 이야기도 소개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엔진실에 불을 내고 이산화탄소 저장창고를 폭발시켜 선원들과 탈출하려던 계획, SOS 신호를 밤이 아닌 초저녁에 청해부대에 수차례 보낸 상황도 자세히 말했다.

“작전이 시작됐을 때 기관실 발전기를 껐어요. 비상발전기가 작동됐고 비상발전기마저 작동을 멈춘 순간 총을 맞았어요. 어두워서 총알이 빗나간 것 같아요. 그래서 살아난 것 같습니다.”

아주대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뒤 가슴과 배, 양 다리, 한쪽 팔에 난 상처를 보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생각해 갈등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데스크가 아니라 필드 스타일”이라며 “병원생활을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의사가 시킨 것보다 더 많은 운동과 재활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석 선장은 “저를 영웅으로 대하는 게 어리둥절하다”며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겠다”고 말을 맺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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