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다운’ 주연 전도연씨 “이번엔 ‘팜파탈’… 화려한 여자로 남자 울려요”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스스로 “꽃 같은 청춘은 지난 나이”라고 말한 전도연은 “결혼해 아이가 생기고 다른 부담이 늘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촬영하는 매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스로 “꽃 같은 청춘은 지난 나이”라고 말한 전도연은 “결혼해 아이가 생기고 다른 부담이 늘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촬영하는 매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칸의 여왕’ 전도연(38)이 팜파탈로 돌아왔다. 29일 개봉하는 신인 허종호 감독의 영화 ‘카운트다운’에서다.

이번에 맡은 역할은 전신 성형한 외모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을 등치는 미모의 사기꾼. 그에게 간 이식을 받으려는 남자(정재영)를 애태우게 하는, ‘별주부전’의 얄미운 토끼 같은 역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카멜레온처럼 화려한 여자이지만 알고 보면 17세에 아이를 낳고 버린 기억에 가슴 아파하는 여린 여자”라고 배역을 설명했다.

그동안 악역 연기는 많이 했다. 아이를 수면제 먹여 재운 뒤 바람피우러 나가는 비정한 엄마(‘해피엔드’), 부잣집 유부남을 유혹하는 하녀(‘하녀’), 순진한 농촌 총각의 앞길을 가로막는 에이즈 걸린 다방 아가씨(‘너는 내 운명’) 등이 그가 보여준 악녀들이다.

동안에 귀여운 코맹맹이 목소리를 가진, 순진해 보이는 그에게 어떤 마성(魔性)이 깃들어 있는 걸까. “원래 악인이란 없어요. 모든 역할에는 진정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악역이지만 관객이 연민을 느끼도록 해야 진정한 연기죠.” 말할 때 살짝살짝 비뚤어지는 입술 모양에선 얼핏 야비함마저 느껴졌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가 돋보이는 그녀. 하지만 이번에는 화려한 몸치장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본 분들이 ‘전도연 예뻐졌다’고 해요. 사실 저는 몸치장 오래 하는 게 편하지는 않아요. ‘내 마음의 풍금’에서처럼 ‘몸뻬’ 입고 나오는 게 더 편해요.”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는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배우로서 외모에 충분히 만족해요. 오똑한 코, 큰 눈 등 데뷔 당시 여배우로서의 전형적인 조건에는 맞지 않았지만 스스로 예쁘다고 봤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2007년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이후로 자신감이 배가된 걸까. “칸 이후로 시나리오가 한 편도 안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 시나리오가 없어서 매니저에게 진짜인지 확인해본 적도 있어요. ‘전도연이 이런 역을 할까’라고 주변에서 더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칸 영화제 이후 그는 이번 영화를 포함해 3편(‘멋진 하루’ ‘하녀’)을 더 찍었다. 감독과 스태프가 그를 대하는 태도도 변했단다. “‘하녀’의 임상수 감독도 ‘전도연이니까 해낼 수 있어’라고 하더군요. 스태프도 당연히 명연기를 바라는 눈빛이고요.”

중압감을 이겨내고 영화 촬영 자체를 즐기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해졌다. “부담 없이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려면 현장에서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생각을 비웠죠.”

칸의 여왕에게 또 다른 부담은 흥행성적. 1997년 ‘접속’으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 1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박 난 영화는 없다. “그동안 흥행을 생각해 영화를 고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가볍게 즐기는 영화예요. 관객 300만은 들었으면 해요. 헝헝헝.”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