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장씨 통한의 스토리 영화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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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날라달라 부탁받았다 마약운반책 체포… 외국서 2년여 옥살이주범은 6년만에 잡혀

2004년 10월 난생처음 해외여행길에 나선 주부 장모 씨(41)는 남편 지인의 부탁으로 가방 하나를 건네받았다. 1인당 운반량이 제한된 원석이 들어 있는 가방을 유럽까지 운반만 해주면 400만 원의 수고비를 받을 수 있었다. 장 씨는 프랑스 파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압수한 가방 속에는 10kg이 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가 올해 6월 말 기소한 ‘마약왕 조봉행 사건’의 연루자 주부 장 씨의 사연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된다. ‘멋진 하루’ ‘여자, 정혜’ 등을 만든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주인공으로는 배우 전도연 씨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는 CJ E&M.

한국인 국제 마약상 조 씨는 주부와 대학생 등을 마약운반책으로 동원해 2002년부터 코카인 1000억 원어치를 밀매해 왔다. 조 씨에게 속아 외국 공항에서 체포된 한국인 마약 운반책 4명은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와 페루 등 외국 교도소에서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왔다.

영화는 마약 밀수 사건에 휘말린 장 씨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갖은 고생을 겪은 뒤 어렵사리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공항에서 체포된 장 씨는 프랑스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대서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인 마르티니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장 씨를 꾀어 가방을 운반하게 한 지인은 국내 재판 과정에서 ‘장 씨가 아무것도 모른 채 가방을 운반하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장 씨에 대해 유리한 진술이 담긴 이 판결문을 대사관을 통해 프랑스 법원으로 보냈으나 결국 전달되지 않았다. 장 씨는 남편과 딸을 만나지도 못한 채 2년여 동안 수감돼 있어야 했다.

검찰은 2005년 6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꾀어 마약을 운반시킨 주범 조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다. 조 씨는 검찰과 인터폴이 6년간 추적한 끝에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범죄인인도청구를 통해 올해 5월 말 국내로 압송돼 결국 죗값을 치르게 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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