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난생처음 해외여행길에 나선 주부 장모 씨(41)는 남편 지인의 부탁으로 가방 하나를 건네받았다. 1인당 운반량이 제한된 원석이 들어 있는 가방을 유럽까지 운반만 해주면 400만 원의 수고비를 받을 수 있었다. 장 씨는 프랑스 파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압수한 가방 속에는 10kg이 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가 올해 6월 말 기소한 ‘마약왕 조봉행 사건’의 연루자 주부 장 씨의 사연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된다. ‘멋진 하루’ ‘여자, 정혜’ 등을 만든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주인공으로는 배우 전도연 씨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는 CJ E&M.
한국인 국제 마약상 조 씨는 주부와 대학생 등을 마약운반책으로 동원해 2002년부터 코카인 1000억 원어치를 밀매해 왔다. 조 씨에게 속아 외국 공항에서 체포된 한국인 마약 운반책 4명은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와 페루 등 외국 교도소에서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왔다.
영화는 마약 밀수 사건에 휘말린 장 씨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갖은 고생을 겪은 뒤 어렵사리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공항에서 체포된 장 씨는 프랑스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대서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인 마르티니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장 씨를 꾀어 가방을 운반하게 한 지인은 국내 재판 과정에서 ‘장 씨가 아무것도 모른 채 가방을 운반하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장 씨에 대해 유리한 진술이 담긴 이 판결문을 대사관을 통해 프랑스 법원으로 보냈으나 결국 전달되지 않았다. 장 씨는 남편과 딸을 만나지도 못한 채 2년여 동안 수감돼 있어야 했다.
검찰은 2005년 6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꾀어 마약을 운반시킨 주범 조 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다. 조 씨는 검찰과 인터폴이 6년간 추적한 끝에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범죄인인도청구를 통해 올해 5월 말 국내로 압송돼 결국 죗값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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