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중만씨 캄보디아에 ‘김점선 학교’ 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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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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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 불모지에 미술학교 씨 한톨… 꿈 심었죠”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운데)가 지난달 26일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주 앙코르 첨 종합학교 내에 문을 연 ‘김점선 미술학교’ 첫 수업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미술 지도를 하고 있다.벨벳 언더그라운드 제공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운데)가 지난달 26일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주 앙코르 첨 종합학교 내에 문을 연 ‘김점선 미술학교’ 첫 수업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미술 지도를 하고 있다.벨벳 언더그라운드 제공
“캔버스에 몸을 너무 가까이 대지 말고 적당히 떨어져야 구도를 잘 잡을 수 있단다.”

지난달 28일 오전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주 앙코르 첨 종합학교. 삽바라 양(18)은 학교를 방문한 사진작가 김중만 씨(57)로부터 특별한 ‘재능기부’를 받았다.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 씨는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물병을 든 여인을 그리던 삼마랏 군(14)은 “여인이 안고 있는 물병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김 씨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이 자리에 모인 학생 50여 명은 김 씨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쫑긋 세운 채 그림을 그렸다.

○ 미술 불모지에 문을 연 ‘김점선 미술학교’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사진전을 열었던 김 씨는 캄보디아 청소년들이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전해 듣고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점선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학교를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서양화가인 김 화백은 2009년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김 화백과 캄보디아는 특별한 관계는 없지만 평소 세계문화유산을 동경하던 김 화백을 추모하는 뜻에서 앙코르와트의 나라에 미술학교를 세우게 됐다”며 “바쁜 일정 탓에 생전에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해 세계문화유산을 거의 보지 못한 김 화백이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학교가 캄보디아에 생긴다는 것을 알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술학교 설립에는 시인 권용태 김용택 씨, 이해인 수녀, 소설가 최인호 씨, 가수 조영남 씨 등이 김 화백을 기리며 설립한 ‘김점선 기념사업회’도 동참했다. 이들은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리아프 주의 앙코르 첨 종합학교 내에 ‘김점선 미술학교’를 세우기로 했고, 이날 개교식을 여는 결실을 맺었다. ‘김점선 미술학교’는 전문 미술인을 양성하는 전문학교는 아니지만 미술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특별반 형식으로 미술교육만 전담해 운영할 예정이다.

미술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처음 진행된 미술수업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그동안 스케치북과 물감을 써본 적도 거의 없었다. 오랜 내전의 후유증을 여전히 겪고 있는 캄보디아는 교사와 시설이 부족해 예체능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 교사 실런 씨(29)는 “미술을 잘하는 학생들의 재능을 살려주지 못해 무척 아쉬웠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수의 후원으로 건립

미술학교를 세우는 데는 많은 사람의 도움과 후원이 뒤따랐다. 김 씨는 사진전 수익금 1억여 원으로 66m²(약 20평) 규모의 미술교실 두 개가 포함된 건물을 짓는 비용을 댔다. 기념사업회는 ‘김점선 미술학교’라고 적힌 현판을 만들어 제공했으며 김 화백과 가깝게 지냈던 시인 김수경 씨(62·여)는 스케치북 700권, 미술도구 제작업체인 신한화구는 물감과 붓, 최종수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아리랑이 담긴 CD와 책가방을 기부했다.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Plan)은 현지 공사 등의 실무를 도맡았다.

개교식에는 시엠리아프 주 정부 관계자와 학생 등 6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로스 첨 시엠리아프 주지사는 교육부 관계자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예술교육 불모지인 캄보디아에 미술학교를 세워줘 정말 고맙다. 학생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권용태 기념사업회장은 “정부, 교민 등과 적극 협력해 미술 교사 채용, 미술도구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김점선 기념사업회(031-767-6290), 플랜(02-790-5436).

시엠리아프=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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