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지진피해 ‘일본의 밤’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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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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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발전설비 무상지원… 4개월 설치작업 5주만에 끝내

27일 일본 지바 현 이치하라 시에 있는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화력발전소에서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앞줄 가운데 흰장갑 낀 사람)과 고바야
시 다카시 도쿄전력 화력사업소 통합소장(민 회장 옆 작업복 차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식 발전설비 준공식이 열렸다.현대중공업 제공
27일 일본 지바 현 이치하라 시에 있는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화력발전소에서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앞줄 가운데 흰장갑 낀 사람)과 고바야 시 다카시 도쿄전력 화력사업소 통합소장(민 회장 옆 작업복 차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식 발전설비 준공식이 열렸다.현대중공업 제공
“한국의 스피드와 집중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현대중공업이 일본에 긴급 지원한 이동식발전설비(PPS) 4기가 27일 지바(千葉) 현 이치하라(市原) 시 도쿄전력 아네가사키(姉崎) 화력발전소에 설치돼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발전기 4대의 총발전용량은 5600kW로 1만 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전력양이다. 이날부터 도쿄전력의 송전망을 통해 도쿄 등 수도권 인근에 공급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전력에 무상지원 의사를 밝힌 이후 통상 4개월이 넘게 걸리는 작업을 5주 만에 해치워 한국인 특유의 스피드와 집중력을 발휘했다. 반신반의했던 도쿄전력 기술자들이 깜짝 놀랐을 정도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원래 이 제품은 필리핀에 수출할 물량이었으나 발주처에 양해를 구해 급히 일본 무상지원용으로 돌렸다. 하지만 도쿄전력 관할 주파수는 50Hz(헤르츠)이기 때문에 60Hz용으로 제작된 제품의 전환 작업이 필요했다. 25명의 기술진이 밤샘작업을 한 끝에 한 달이 걸리는 작업을 일주일 만에 마쳤고, 통상적으로 설치에서 가동까지 걸리는 3개월을 1개월로 단축했다.

당초 도쿄전력은 현대중공업의 지원 의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여름 약 1000만 kW(킬로와트)의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5600kW 지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

하지만 도쿄전력은 현대중공업의 성의 있는 자세와 집요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스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도 무상지원 결정을 내린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도움을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은혜를 갚을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식발전설비 4대의 금액은 총 50억여 원으로 이 가운데 3분의 2를 현대중공업이 나머지 3분의 1은 정부(대한적십자사 모금액)가 부담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2000년에 개발한 이동식 발전설비는 동일본 대지진처럼 재해 또는 긴급사태 발생 시 대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동식 발전소로 현대중공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 설치와 이동이 쉬운 데다 값이 싼 중유를 연료로 쓸 수 있어 쿠바와 아이티 등에서는 정규 발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 개발 이래 현대중공업은 22개국에 1000여 대를 수출해 2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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