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상 손준호 “잃은 건 청력… 얻은 건 눈과 손 그리고 목공”

  • 동아일보

청각장애인 첫 문화재 수리기능자 손준호 씨
장애딛고 일어선 노력 ‘올해의 장애인상’ 받아

장애를 이기고 기술 장인으로 우뚝 선 손준호 씨가 일터인 성심예공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장애를 이기고 기술 장인으로 우뚝 선 손준호 씨가 일터인 성심예공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두 살 때 청력을 잃은 손준호 씨(56)는 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을 얻었다. 문화재 수리기능자는 남대문, 경복궁 등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고칠 수 있는 인력으로 손 씨와 같은 목조각 부문 기능자는 전국에 100여 명이다.

4남 1녀 중 넷째인 손 씨는 역시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 형을 따라 목공기술을 익혔다. 청력을 잃은 대신 예리한 눈과 섬세한 손끝으로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나무 조각 무늬를 한 번만 봐도 곧잘 똑같이 만들곤 했다.

28세가 되던 1983년 3월 그는 같은 청각장애인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그해 첫째 딸을 낳았고 그 뒤로도 딸, 아들 한 명씩을 더 낳았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이다. 그의 눈은 더 정확해졌고 손은 더 빨라졌다.

그는 1992년 공예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원은 청각장애인 20여 명이었다. 손 씨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자활을 도왔다. 청각장애인들이 땀을 쏟은 나무 조각들은 청와대에서 쓰는 무궁화 문양 등으로 쓰였다. 그는 1998년 자신이 살던 경기 시흥시에 한국농아인협회 시흥시지부를 세우며 많은 청각장애인을 돌보는 데 앞장섰다.

위기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 목공예품이 들어오면서 공예사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손 씨는 결국 공예사를 정리하고 2004년 초 성심예공원 심용식 소목장의 제자로 들어갔다. 1년 전 손 씨의 작품을 보고 함께 일해 보자던 심 소목장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성심예공원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을 얻었다. 심 소목장은 손 씨에 대해 “미적 감각과 기술이 뛰어난 데다 성실함까지 갖춰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목공의 달인인 손 씨를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손 씨는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나의 장점을 키웠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나를 통해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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