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과 신도 700여 명이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0년 전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인도를 가려는 마음을 냈고, 1980년 단수여권을 들고 인도를 순례하며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을 비롯한 신도 700여 명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을 관람했다. 혜초 스님이 직접 쓴 오언시에 대해 신도들에게 한참 동안 설명하던 정우 스님은 “생과 사를 초월해 구법일념 하나만으로 살다 가신 혜초 스님의 삶에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스님과 함께 전시를 둘러본 차미숙 씨(44)는 “2004년 9월에 실크로드 중로를 따라 직접 카슈가르 등을 다녀왔더니 ‘왕오천축국전’이 더욱 보고 싶었다”며 “직접 보니 불교를 보는 눈도 넓어지고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집에 가면 혹시라도 잊어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왕오천축국전’ 원본 앞에 적힌 설명을 종이에 옮겨 적던 조의숙 씨(55)는 “혜초 스님은 신라 분으로 우리 조상이고 ‘왕오천축국전’도 우리 불교의 발자취와 문화가 담긴 유산인데, 이 두루마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을 들으니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강원 설악산 백담사 회주(會主)인 오현 스님도 신달자 오세영 시인 등 문인 10여 명과 함께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을 찾았다. 오현 스님은 “내가 죽을 때까지 말해도 이 감동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전시를 둘러본 소회를 밝혔다.
손에 쥔 노트에 꼼꼼히 설명을 받아 적으며 전시를 둘러본 신달자 시인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넘어 다른 곳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본성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또 아직도 열리지 않는 막고굴에 내가 동경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 이것 가지고 시 한 편을 써야겠다”며 웃었다.
세계 최초로 공개 전시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 원본은 20일까지 연장 전시된 뒤 짧은 귀향을 마치고 21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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