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어제 100주년]“세상의 절반, 남녀가 아닌 인간으로 봤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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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접수 성희롱-성차별 사건 8년새 25배 증가

《‘세계 여성의 날’이 8일로 100주년을 맞았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행진에서 유래해 1911년부터 시작됐다.》

한 세기가 흘렀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8일 미국과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 인권 신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세계 여성의 날이 100주년을 맞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성차별 및 성희롱 사건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성차별 및 성희롱 진정 사건 수는 2002년 13건에서 2010년 336건으로 8년 사이 25배가량 증가했다.

성희롱 관련 진정은 2002년에는 1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107건, 2008년 151건, 2010년에는 212건에 달하는 등 크게 늘었다.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거나 차별을 겪는 성차별 진정도 2002년 12건, 2004년 28건, 2006년 37건, 2008년 56건, 2010년 124건으로 매년 꾸준히 느는 추세이며 진정인 대다수는 여성이다.

인권위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에 그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10%포인트 이상 모자란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비록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여성의 법적 지위는 안정된 측면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차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동등한 인간이라는 점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지구 남반구’ 여성들 고통 아시나요? ▼

성폭행… 저임금… 질병… 굶주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간)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서 ‘인권은 여권(女權)이며, 여권은 인권’이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가난과 전쟁, 질병,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념 메시지를 남겼다. 지구 남쪽으로 갈수록 클린턴 장관 말이 더 와닿는다.

인도 라자스탄 주의 한 시골마을에는 올해 처음 여학생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교사들이 하나둘 그만뒀다. 통근길 버스에서 당하는 성희롱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 여성 60%는 글을 읽지 못한다.

이웃 나라 방글라데시도 비슷하다. 세계적인 의류브랜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하루 일당은 3달러. 타지에서 숙식을 해결하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폭행 공화국’ 수준이다. 이 나라 가우텡 주 여성 25.3%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또 “여성 동성애자들의 성 정체성을 바로잡겠다”며 ‘교정 성폭행’이 횡행하지만 언론에는 교정 성폭행 실태보다는 오히려 어쩌다 한 번 이뤄지는 교정 성폭행범의 처벌이 특집기사로 다뤄진다.

열악한 현실은 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본 여성들이 평균 86.4년을 사는 반면 짐바브웨 여성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년밖에 살지 못한다. 무차별적 성폭행 때문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리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칠레에서는 공대에 입학하려는 여학생을 선배들이 성폭행해 학교를 그만두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졸업 후 일자리를 나누기 싫다는 이유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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