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신선한 한국 알리고 싶어 직장 관두고 4000만원 털어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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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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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여성 변사라, 박상아, 최정윤씨 한국 소개 무료잡지 ‘rok-ing’ 첫 호 발간

7일 ‘락킹코리아’(www.roking-korea.com)라는 낯선 인터넷 홈페이지에 누리꾼 2만6000명이 몰렸다. 이 중 160명은 즉석에서 후원금 지원을 약속했다. 젊은 누리꾼이 갑자기 이 사이트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rok-ing(락킹)’은 종합문화매거진으로 이달 첫 호를 선보였다. 락킹은 ‘Republic of Korea’의 약자에 영어로 현재진행형인 ‘ing’를 붙인 신조어로 ‘즐겁고 신선한 오늘의 한국’이란 뜻이라고 한다.

5000부를 찍은 100쪽짜리 창간호는 한국인들의 길거리 패션과 놀이문화, 인기 전자제품 등 한국 문화 전반을 다양한 시선으로 다뤘다. 대학가 카페 등을 대상으로 배송비만 내면 무료로 잡지를 보내준다.

이 잡지는 변사라(24), 박상아(26), 최정윤 씨(25) 등 20대 여성 3명의 작품이다. 오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올봄 한국을 소개하는 잡지를 출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자비로 4000만 원을 썼다.

20대 여성 3명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종합문화매거진 ‘락킹(rok-ing)’을 발간했다. 왼쪽부터 박상아, 변사라, 최정윤 씨. 이들은 잡지 발간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대 여성 3명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종합문화매거진 ‘락킹(rok-ing)’을 발간했다. 왼쪽부터 박상아, 변사라, 최정윤 씨. 이들은 잡지 발간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편집실 겸 숙소로 활용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월세방에서 이들을 만났다. 가장 먼저 잡지 제작을 구상한 사람은 변 씨였다. 고향이 울산인 변 씨는 미국 워싱턴 주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고교를 졸업했다. “고교 때 현대차를 몰고 등교하던 미국인 친구가 ‘너희 나라에는 자동차가 있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때 저는 “네가 지금 타고 있는 차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말해줬더니 머쓱해하더라고요.” 변 씨는 “‘이 정도로 한국에 대해 모르는구나’ 하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변 씨의 생각에 공감한 박 씨와 최 씨도 용기를 내 사표를 던졌다고 했다. 박 씨는 한 잡지사에서 패션브랜드 마케터로 활동 중이었고, 최 씨는 방송국 작가였다. “부모님들은 당연히 뜯어말리셨죠.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왜 모험을 하냐고요. 이건 비밀인데 부모님은 아직도 제가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줄 아세요.”(박 씨)

창간호에는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치나 한복, 독도 문제 등이 담겨 있지 않다. 최 씨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올드(old)’한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대신 이상봉 씨 등 디자이너나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 등 국적에 관계없이 젊은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창간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들의 트위터를 보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본사에서 이 잡지를 받아보고 싶다는 문의가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연락이 왔다. 창간호 5000부 중 절반을 미국으로 이미 발송했다고 한다. 미국 현지 배포 작업은 한인 2세 모임, 유학생 학생회에서 맡기로 했다. 이들은 최근 SK그룹에서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도 선정돼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동안 밀린 제작비를 해결하고 나니 지원금도 바닥났어요. 2호를 발간하려면 아무래도 월세방을 빼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뭐 어때요, 아직 젊은데….”(변 씨)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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