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취재, 어머니에게 ‘NO’란 없었죠”

동아일보 입력 2010-09-02 03:00수정 2010-09-0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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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보도로 여성 첫 퓰리처상 美히긴스 기자의 딸 밴더블리크 씨
마거릿 히긴스 기자(왼쪽)가 6·25전쟁 직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라이프
《“그들은 마치 귀신을 잡을 정도였다(They might even capture the devil).”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17일 밤 미국 일간지 뉴욕헤럴드트리뷴의 마거릿 히긴스 기자(사진)는 경남 통영 상륙작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 해병대의 용맹을 이렇게 묘사한 기사를 전송했다(8월 23일자 기사). 한국 해병대가 ‘귀신 잡는 해병(Ghost-catching Marines)’이라는 별칭을 얻는 순간이었다. 히긴스 씨는 최전선을 누비며 6·25전쟁의 전황과 참상을 세계로 알려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가 됐다.》
한국 정부는 2일 그의 6·25전쟁 보도가 미친 영향과 한미동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등급 외교훈장인 흥인장을 수여한다. 훈장은 1966년 45세의 나이로 작고한 그를 대신해 딸 린다 밴더블리크 씨(51)가 받는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의 트로이대에서 상담 및 심리학 조교수인 밴더블리크 씨를 1일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만났다.

―어머니가 지금 한국의 모습을 봤으면 어땠을까.

“어머니의 책 ‘한국전쟁(War in Korea)’이 한국어로 번역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머니의 책을 다시 읽었다. 서울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6·25전쟁 당시 희망했던 일들이 지금 이뤄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침에 N서울타워에 올라 한강대교의 모습과 아름다운 한강 주변의 경치를 보고 어머니가 왜 한국, 한국인과 사랑에 빠졌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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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긴스 씨는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6일 만에 6·25전쟁이 터지자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그가 처음 송고한 기사가 폭파된 한강대교 소식이었다.

―히긴스 씨가 6·25전쟁을 통해 알리려고 한 것은 어떤 것인가.

“어머니는 한국이 공산화되면 전 세계가 공산화될 것으로 보고 우려하셨다. 당시 공산주의를 확장하려던 러시아가 한국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판단하고 뉴스를 전했다.”

―어머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내가 만 6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에 대한 나의 (어릴 적) 기억과 나중에 알게 된 얘기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어머니가 굳은 심지를 가진 강인한 여성이라고 믿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기를 원했던 어머니는 매우 용감한 분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바닷가로 데려간 뒤 큰 파도에 맞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르쳐 주셨다.”

―어머니는 어떤 점에서 강인했나.

“어머니는 ‘안 돼(No)’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도착 직후 월턴 워커 장군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한국 밖으로 쫓아내려 했다. 그러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만나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해 계속 열정적으로 취재하고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어머니가 첫 여성 종군기자였나.

“아니다. 이전에 여성 사진기자도 있었다. 다만 어머니는 기자가 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모델이 된 셈이다.”

린다 밴더블리크 씨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밴더블리크 씨는 “어머니가 첫 종군 여기자는 아니지만 최전선에서 쫓겨나는 명령을 받은 첫 여성 기자였던 것만은 분명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쟁을 취재하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닌데….

“어머니는 군사령부에 앉아 있지 않고 전쟁터를 다니면서 병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국군과 미군 모두 어머니를 ‘매기’라고 부르며 좋아했고 또 존경했다. 전쟁터 이면의 현실에 대한 다양한 보도는 한국과 세계를 연결시켰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밴더블리크 씨도 대학을 졸업한 뒤 플로리다신문에서 몇 년간 기자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전선으로 향하는 어머니의 용기는 쉽게 따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그 명성도 사라져가고 있다(fade away)”며 “한국이 아직도 어머니를 기억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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