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숙제 시키고 아버지는 TV 본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탈무드 관련 세계적 저자 랍비 토케이어씨 강연
“유대인 노벨상 많은건 가정의 탈무드 교육 덕분”

변영욱 기자
변영욱 기자
《“한국에서는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오늘 뭐 배웠니’라고 하지만 유대인은 ‘무슨 질문했니’라고 묻는다. 나쁜 대답은 있을 수 있지만 나쁜 질문은 있을 수 없다.”》

유대교의 율법 스승인 랍비로 탈무드와 관련된 20여 권의 책을 쓴 마빈 토케이어 씨(74·사진)는 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간담회와 강연에서 “가장 좋은 학생은 가장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 자녀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쉐마교육학회(회장 현용수) 초청을 받아 20여 명의 랍비와 함께 방한했다. 랍비가 대거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 전통, 문화 등을 집대성한 것으로 유대인의 자녀 교육서로도 유명하다. 국내에는 동아일보사가 그와 정식 판권 계약을 하고 출판한 탈무드 시리즈 등 30여 권의 책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 그가 저술한 것을 번역했다.

그는 “탈무드는 하룻밤에 읽는 것이 아니라 평생 연구해야 한다”면서 “탈무드는 가족과 종교, 행복, 유머, 죽음 등 인생과 관련된 풍부한 대화를 담고 있는 지혜와 감수성의 보물창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60억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0%가 넘는 원인을 가정에서 이뤄지는 탈무드 교육에서 찾았다.

“유대인 가정에서 아버지는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선생이다. 아이에게 숙제하라고 하면서 TV를 보는 유대인 아버지는 없다.”

193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탈무드 학교인 뉴욕 예시바대에서 철학,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 유대신학교에서 탈무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군 군종장교로 62년부터 2년간 한국에서 근무한 인연도 있다.

“40여 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현대판 기적을 봤다. 나라가 완전히 새롭게 재건됐다. 반도호텔을 빼면 큰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너무 달라져 놀랍다.”

그는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전통의 상실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이 잘살게 됐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했지만 영혼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유대인 속담에 ‘노를 저을 때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로봇은 과거가 없지만 인간은 밝은 미래를 위해 과거의 도덕과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그는 이어 “탈무드의 마지막 페이지는 언제나 비어 있다”며 “우리가 그 페이지를 계속해 우리 것으로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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