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MIU유자녀들 “어린이 날, 형-언니가 생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본교회-공상자후원연합, 박제웅-장연호 군 돕기 ‘멘터 결연’

멘터 결연을 맺은 경찰 순직자 및 공상자 자녀들과 본교회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용석 경장의 아들 연호 군(9)과 딸 혜리 양(7), 고 박경조 경위의 아들 제웅 군(12). 뒷줄 가운데가 본교회 조영진 목사(52). 원대연 기자
멘터 결연을 맺은 경찰 순직자 및 공상자 자녀들과 본교회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용석 경장의 아들 연호 군(9)과 딸 혜리 양(7), 고 박경조 경위의 아들 제웅 군(12). 뒷줄 가운데가 본교회 조영진 목사(52). 원대연 기자

자원봉사자 형-언니들 방문

공부와 심리상담 돕기로


“같이 놀아 줄 형이 있었으면 했는데 빨리 우리 집에 와 줬으면 좋겠어요.”

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0층에서는 ‘특별한’ 어린이날 선물이 주어졌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본교회 자원봉사자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레고와 과자 선물세트를 순직 경찰 유자녀인 박제웅 군(12)과 장연호 군(9), 장혜리 양(7)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이 자리에서 조영진 본교회 담임목사(52)는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과자가 아니라 너희들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형과 누나, 그리고 오빠와 언니들”이라며 “앞으로 이들이 ‘멘터’가 돼 여러분을 자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게재한 ‘MIU(Men In Uniform)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기획보도의 반향이 계속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게재 당시 군인과 소방관, 경찰관 등 ‘제복 입은 사람들(MIU)’의 열악한 실정을 생생하게 소개해 큰 공감을 얻었다.

지난달 22일 MIU들을 돕고 싶다며 동아일보에 1000만 원을 기탁한 본교회와 사단법인 경찰소방공상자후원연합회(공상련)는 어린이날을 앞둔 4일 순직 유자녀 어린이들과 본교회 간에 ‘멘터 결연’을 맺었다. 본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유자녀 가정을 찾아 어린이들의 학습을 돕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조 목사는 “아버지가 사라진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꿈도 심어줄 수 있는 멘터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를 위해 순직하신 분의 자녀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실제 순직자 및 공상자 자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픔이 많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제웅이의 아버지인 고 박경조 경위는 2008년 서해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숨졌다. 어머니 이선자 씨(47)는 “천안함 침몰사건이 난 뒤 되도록이면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제웅이와 함께 TV를 봤다”며 “아이가 목을 놓고 엉엉 울어 같이 껴안고 울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교회 측은 어린이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심리치료사 등의 전문가들도 멘터로 지정해 꾸준히 도울 계획이다.

연호와 혜리의 아버지인 장용석 경장 역시 2004년 수원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취객에게 맞아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머니 황춘금 씨(36)는 “남편이 다친 이후 일을 해야 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며 “교육이 가장 어려웠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들을 만난 본교회 함선하 간사(34·여)는 “아이들의 표정이나 마음을 잘 살펴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도 가고 공부도 가르쳐 주고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멘터’가 되는 것이 국가를 위해 순직한 분들을 위한 작은 보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군인과 경찰관, 소방관 등 모든 순직 자녀를 국가가 챙길 수 없다면 시민들의 장기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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