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선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체험 하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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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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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편지 쓰기대회’ 입상 6명
5박6일 캄보디아서 자원봉사

캄보디아의 농촌마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문다희 양(오른쪽)이 지난달 24일 꼭부릿 마을회관에서 똠 챈 띠아 양과 함께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제공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의 농촌마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문다희 양(오른쪽)이 지난달 24일 꼭부릿 마을회관에서 똠 챈 띠아 양과 함께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제공 굿네이버스
지난달 24일 캄보디아 반티민치 주의 농촌마을 꼭부릿에는 낯선 얼굴들이 나타났다.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가 주관하고 롯데홈쇼핑이 후원한 ‘세계시민교육 지구촌희망편지 쓰기 대회’에 입상한 한국 초등·중학생 6명이 방문한 것.

유환 군(13·청주 한벌중 1년)은 문다희 양(15·경남 김해여중 3년)과 함께 동갑내기인 똠 챈 띠아(13·여)의 집을 찾았다. 띠아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뒤 아버지마저 가출해 꼭부릿 초등학교 교장인 외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고 있다.

두 학생은 비바람을 막을 변변한 벽도 없는 비좁은 초가집에 띠아의 가족 10여 명이 빽빽하게 앉아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까닭에 더운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퀴퀴한 냄새가 당황스럽기만 했다.

애써 어색함을 숨기고 인사를 한 뒤 준비해간 캄보디아식 쇠고기 볶음밥 도시락을 꺼내 띠아와 띠아의 사촌 얀(13·여), 무이 따이(10·여)와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이 몇 숟가락 뜨다 말고 “버터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도시락 뚜껑을 덮자 함께 식사를 하던 띠아와 띠아의 사촌 자매들도 숟가락을 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부끄러워졌다. 통역을 맡은 굿네이버스 자원봉사자가 곁에서 “띠아와 띠아 사촌 자매들은 식사를 못한 다른 가족들을 두고 혼자 좋은 도시락을 먹는 게 미안해 밥을 남긴 것”이라고 귀띔해줬기 때문이었다.

유 군 등은 식사를 마친 뒤 그들과 함께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속에 낫을 들고 땔감을 구하러 나섰다. 수풀 속을 분주히 오가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무를 베는 캄보디아 친구들의 모습에 유 군과 문 양의 입에서는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띠아와 띠아 사촌 자매는 땔감을 집으로 나른 뒤에는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자신들의 교복과 어린 동생들의 옷가지를 모아 빨래를 했다. 문 양은 “처음에는 테마파크에 놀러온 기분이었는데, 나보다 훨씬 몸집도 작은 친구들이 힘든 일을 척척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국 학생들은 23, 24일 이틀간 꼭부릿 마을에서 캄보디아 친구들을 위해 식탁을 만들고 현지 가정의 일도 도우며 땀을 흘리며 소중한 체험을 했다. 유 군은 “얼굴도 검고 잘 씻지 않은 듯한 캄보디아 학생들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먼저 인사하고 웃으며 다가와줘 고마웠다”며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힘닿는 대로 어려운 이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양(13·송파중 1년)은 “캄보디아에 간다니까 학원 친구들이 ‘왜 그런데 가서 고생하느냐. 그럴 바엔 공부나 하겠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내가 좋은 환경에 태어난 것이 고맙기도 하고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가 학생들에게 지구촌은 하나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은 올해도 이번 달부터 시작된다. 학교 및 단체 참가문의 02-6717-4132

뱅몽(캄보디아)=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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