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온 스무살 高3, 서울대 수시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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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리산고 재학 잠비아 출신 카마숨바

“고속성장 한국 공부해 고국 발전 기여할터”

아프리카에서 경남지역 시골 학교로 유학 온 학생이 수시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 자락에 있는 지리산고(교장 박해성)는 3학년에 재학 중인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켄트 카마숨바 씨(20)가 2010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외국인특별전형에서 농경제사회학부에 최종 합격했다고 1일 밝혔다. 올 2월 잠비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카마숨바 씨는 3월 한국인 선교사의 추천으로 지리산고 3학년에 편입했다.

카마숨바 씨는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등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의 꿈을 접었는데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해 기쁘다”며 “앞으로 훌륭한 농경제학자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 고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리산고에서 한국의 1970년대 성장 과정을 배우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잠비아도 한국을 모델로 삼아 국가정책을 수립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잠비아는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한 국가. 인구 1100여만 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99달러(2008년 기준)로 실업률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지리산고 박 교장은 “카마숨바 씨와 같은 인재가 한국에서 열심히 배워 고국에 돌아가면 앞으로 잠비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박준희 교사(28·윤리)는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사 도덕 같은 과목을 다소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교사들이 일대일로 보충수업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2004년 3월 대안학교로 설립된 지리산고는 2007년 3월 인문계 고교로 인가를 받았다. 후원자 500여 명이 내는 한 달 1만 원 안팎의 후원금 덕분에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이 없다. 현재 카마숨바 씨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 3명을 포함한 학생 53명이 재학하고 있다.

산청=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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