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돌아온 故 고미영씨 상금 177만원

  • 입력 2009년 9월 21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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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대회 상금
佛의사가 보관하다 전해와
유족 “기념사업비 보탤것”

산악인 고미영 씨는 7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추락해 숨졌다. 그의 육체는 사라졌다. 하지만 끝없이 도전하는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가 10여 년 전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받았던 상금이 다시 돌아왔다. 고인을 잊지 않고 기억한 한 프랑스 의사에 의해서다. 고 씨의 언니인 미란 씨는 21일 "지난 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의사가 1998년 프랑스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미영이가 2등 상금으로 받은 1000유로(약 177만원)를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고 씨는 2006년까지 10여 년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활약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대회 도 고 씨와 친분을 쌓았던 프랑스 의사는 최근 고 씨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보관해두고 있던 상금을 전할 방법을 찾다가 프랑스 한국 대사관을 통해 유족의 연락처를 문의한 것이다.

그 의사는 대사관 측에 "고 씨가 세상을 떠났지만 유족에게라도 상금을 전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미란 씨는 "미영이가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 전화를 받고 놀랐다. 1998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건 기억하지만 왜 상금이 그 의사에게 전달됐는지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란 씨는 대사관을 통해 의사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고인과의 인연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 미란 씨는 "먼 이국에서도 미영이를 잊지 않고 생각해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고 했다. 고 씨의 유족은 이번 상금을 포함해 고인이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저축 등 약 3억 원을 '고미영 기념사업회'에 사용하기로 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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