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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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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골치 아픈 자리를 맡았네요.”
그는 웃었지만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55·사진)을 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소속팀이 두 시즌 연속 프로배구 겨울리그 준우승에 머문 상황에서 지난달 배구 남자대표팀 사령탑까지 떠밀리듯 맡았다. 대한배구협회는 “대안이 없다”며 매달렸다. 김 감독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이끈 뒤 건강상의 이유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약체다. 세계 배구의 높이와 파워에 밀린 지 한참이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 이란 등 어느 팀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달 월드리그와 8월 세계선수권 예선, 9월 아시아선수권이 눈앞이다.
김 감독의 대표팀 계약기간은 연말까지. 그는 “성적을 못 내면 감독의 책임”이라면서도 “선수의 마인드와 배구행정 모두 뜯어고쳐야 한국 배구가 산다”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실시해 초중고교와 대학배구까지 관리하는 대표팀 육성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대표팀은 수비력이 떨어진다. 기본기가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젊은 피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할 생각입니다. 이들에게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을 주문했죠.”
김 감독은 선수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1978년 강만수 장윤창과 함께 세계선수권 4강, 방콕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이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4강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미국이 한국을 의식해 브라질에 일부러 지면서 5위에 머문 것.
김 감독의 꿈도 25년 전의 한(恨)과 맞닿아 있다. 그는 “만약 대표팀 감독을 계속 맡는다면 선수로 못 이룬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