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된 반지하 주택, 3일만에 새 집 됐네!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지난달 28∼30일 주영이네 반지하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을 말끔하게 수리해 준 고려대 교직원과 학생들. 앞줄은 주영이네 가족. 장윤정 기자
지난달 28∼30일 주영이네 반지하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을 말끔하게 수리해 준 고려대 교직원과 학생들. 앞줄은 주영이네 가족. 장윤정 기자
“엄마, 집이 정말 깨끗해졌네.” “그래. 꼭 새 집 같구나. 이제 동생들이랑 싸우지 말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지.”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주영이네 집. 본격적인 짐 정리를 앞두고 주영이(중1), 소영이(초등6) 다영이(초등3) 우영이(초등2) 네 남매와 어머니 김정하 씨(37)는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아이들은 자장면을 먹다가도 벽지와 장판부터 문고리에 이르기까지 새 것으로 말끔하게 단장된 집안 모습에 신이 나 방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어머니 김 씨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주영이네 다섯 식구의 집은 40년 된 허름한 다세대주택의 반지하 전셋집. 반지하이다 보니 소영이는 비염으로 늘 고생했고 한 명이 감기에 걸리면 세 아이가 줄줄이 감기에 걸리기 일쑤였다. 곰팡이와 바퀴벌레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혼자서 아이 넷 키우기에도 벅찬 김 씨로서는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랬던 주영이네 집이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된 것은 고려대의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덕분.

“고려대 여직원회에서 지역 이웃돕기를 기획하다 동대문사회복지관을 통해 주영이네 사연을 듣게 됐어요. 소식을 전해들은 고려대 시설부 교직원들과 고려대 사회봉사단도 힘을 보태주기로 했죠. 처음엔 작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러브 하우스-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으로 커져버렸네요.”(고려대 대외협력부 백나실 과장)

일단 뜻이 모이고 나니 실행은 일사천리였다. 자진해 모인 교직원과 학생들은 주말까지 반납한 채 지난달 28∼30일 도배와 장판, 전기와 수도 수선 등을 진행했다. 사회봉사단 학생들은 종횡무진 벽지와 장판을 뜯어냈다. 시설부 교직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합판을 잘라내 구멍난 천장을 메웠다. 곰팡이투성이이던 벽도, 코드가 밖으로 나와 위험해 보이던 전기 콘센트도 말끔히 정리했다.

30일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내던 김진영 씨(23·국문과4)는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본 뒤로 처음 바퀴벌레를 봤다”며 “주영이네 집이 싹 달라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 씨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도배랑 장판 정도만 해주는 것이려니 했는데 구석구석 열심히 찾아서 모두 고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애들을 더 열심히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화답했다.

고려대는 앞으로 집 고쳐주기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고려대 이기수 총장도 2일 직접 주영이네를 방문해 김치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을 전달하기로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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