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법조인 근무환경 만들어가야”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시각장애인 사시 합격 도운 차성안 씨 판사 임관

지난해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 씨(28). 그의 아름다운 도전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차성안 씨(32·사법시험 45회·사진)가 1일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차 씨가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11월. 1차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차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우연히 대학에서 열린 한 ‘장애인 영상제’를 보게 됐다. 당시 서울대는 특별전형으로 장애인 학생의 입학을 권장하고 있었지만 강의 여건이나 도로 상황 등은 여전히 불편했다. 영상제를 보고 충격을 받은 차 씨는 친구들과 함께 법대 동아리와 장애인 관련 동아리 4곳을 모아 ‘서울대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을 만들었다.

그의 ‘장애인 사랑’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2004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해 2월 친구의 소개로 법대 후배인 최영 씨를 만났고 함께 장애인사업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던 최 씨는 장애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벌이는 등 자신의 마지막 시력을 장애학우들과 나눴다.

얼마 뒤 최 씨는 결국 시력을 잃었다. ‘법조인의 꿈’조차 위태로웠던 그에게 차 씨는 ‘눈’과 ‘발’이 돼 주었다. 사법시험 원서 신청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법무부를에 연락해 응시 방법을 조율했다. 최 씨가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면 이를 직원이 종이에 옮겨 적어 다른 수험생과 공평한 조건으로 채점을 받는 방식을 제안했고 받아들여진 것.

최 씨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차 씨는 사법연수원에 함께 찾아가 교수들과 최 씨의 연수원 적응을 위해 여러 방법을 마련했다. 차 판사는 “미국은 10여 명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근무하고 있다”며 “법원과 검찰은 물론이고 법무법인에서도 장애인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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