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전차’ 몰며 “메리! 크리스마스”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하늘나라서 전철 운전사의 꿈 이룬 日니타 군

22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후지사와(藤澤) 시에 있는 에노시마(江ノ島) 전철역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10년 전인 1998년 11월 심장병으로 숨진 니타 도모히로(新田朋宏·당시 16세) 군을 에노시마 전철의 모형전차 운전사로 임명하고 사령장을 수여하는 의식이었다.

23일 요미우리신문이 전한 이 행사의 경위는 이렇다.

어릴 때부터 심장병을 앓았던 니타 군은 네 살 때 요양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아홉 살 때는 어머니가 같은 병으로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가슴에 큰 상처를 안은 니타 군은 장래에 전차 운전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힘든 삶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아버지와 함께 탄 적이 있는 에노덴(에노시마전철회사)의 전철을 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에노덴 운전사’가 그의 꿈이었던 셈이다.

그의 꿈은 숨지기 직전 요양시설의 한 자선봉사단체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자선단체와 에노덴이 협력해 그에게 운전사 제복을 입히고 전철 운전석에 앉는 경험을 맛보게 한 것. 그로부터 나흘 뒤 니타 군은 하늘나라로 갔다.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던 아버지 가즈히사(和久) 씨는 얼마 전 에노시마 역을 비롯한 주변 모습을 재현한 모형을 담은 DVD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주변의 역 5개와 통행인 600명, 자동차 100대를 모형으로 만들어 재현한 것으로, 도쿄(東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시이 아키히데(石井彰英) 씨의 작품이었다. 이시이 씨는 꼬박 2년 걸려 만든 이 작품을 DVD에 담아 지인들에게 돌렸는데 가즈히사 씨에게도 들어가게 된 것.

이 작품을 어딘가에 기증할 생각이 있던 이시이 씨는 가즈히사 씨의 조언으로 에노시마 역에 기증하게 됐고, 이들과 에노덴 측의 합작으로 이날의 행사가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가즈히사 씨는 “아들이 천국에서나마 꿈을 이어가게 됐다. 아들도 하늘나라에서 ‘너무 좋아’라며 즐거워할 것이다”며 감격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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