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기부금 용도 무단 변경…남은 110억 안내겠다”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305억 기부약속 송금조 회장 무효소송

개인 기부로는 최대 액수인 305억 원을 부산대 발전기금으로 내기로 했던 ㈜태양 송금조(84·사진) 회장이 “기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며 3일 부산지법에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부산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305억 원 가운데 아직까지 전달하지 않은 110억 원을 낼 의무가 없다는 주장. 대학발전기금 기부자가 학교를 상대로 기부 무효소송을 내기는 처음이다.

송 회장은 2003년 10월 부산대에 발전기금 305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2006년 8월까지 195억 원을 냈다. 나머지 110억 원은 2009년까지 나눠 내겠다고 약속했다.

부산대는 2006년∼지난해 초 기금 가운데 75억 원을 교수 연구비와 두뇌한국21(BK21) 대응자금으로 사용했다. 송 회장은 이를 알고 지난해부터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기금을 낼 때 고향(경남 양산)에 들어설 부산대 캠퍼스 터 구입비로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대는 약정서에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 기금’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기금 문제가 불거지자 부산대가 당초 목적대로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이라도 부산대가 기금 전용을 인정해 지출 내용을 밝히고 사과하면 곧바로 나머지 11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캠퍼스 터 구입비는 계속 내고 있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지 전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1974년 부산에서 스테인리스 주방제품을 만드는 태양사를 창업했다. 사재 1000억 원을 들여 2004년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인문·사회, 생명과학, 공학, 예술 분야 전문가에게 각각 상금 1억 원을 주는 경암학술상을 만들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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