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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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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일정 중에 특히 주목받는 행사가 17일 저녁 열리는 ‘타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이다.
불교 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자이나교 등 미국 내 5개 종교 대표 220명이 참석하며 그중 10명이 교황과 알현해 대화를 나눈다. 10명 중엔 재미 한인 불교학자인 종매 케네스 박(54·속명 박상훈) 스님이 포함돼 있다.
종매 스님은 15일 본보 인터뷰에서 “교황청과 특별한 인연은 없는데 6개월쯤 전에 워싱턴에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가톨릭 학자들이나 사제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친분을 맺은 분이 많다”고 말했다.
18세 때 출가해 지리산 화엄사에서 승려가 된 종매 스님은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보광사란 절을 세웠다. 이 절에는 미국인 신도 30명과 교포가족 5가족 등이 다닌다.
종매 스님은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 해외 3곳에도 절을 세웠고 2005년엔 오스트리아 빈에 불교연구소를 열었다. 한국불교 태고종의 해외교구를 맡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 서부 예수회 계열 학교인 로열라메리마운트대에서 불교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종매 스님은 13년 전부터 가톨릭 사제들과 ‘부디스트-가톨릭 대화’란 모임을 이어 왔다. 40여 명의 사제와 스님이 격월로 모여 사회적 이슈를 토론하는 자리다. 석가탄신일엔 사제들이 오고, 성탄절엔 천주교회에 가서 축하해 준다.
“외가 쪽에 가톨릭 사제가 된 사람이 있어 어려서부터 성경을 많이 읽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종교가 가는 길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대화가 되겠지요.”
17일 행사의 주제는 ‘평화를 위한 종교’. 미국 가톨릭주교위의 리처드 스클바 주교는 “평화를 위한 갈망이 모든 종교가 화합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 후 다른 종교 대표들이 준비해 온 선물을 받는데 그중엔 한국에서 제작한 높이 30cm가량의 동종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