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의 박지성… 북미 아이스하키의 한국인 선수 박용수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북미 4대 스포츠의 하나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NHL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로 불리는 종목이다.

특히 체구가 작은 동양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큰 백인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주 불리하다.

700명이 넘는 NHL 선수 중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인 선수가 있다.

뉴욕 아일랜더스의 박용수(32·리처드 박). 한창 리그가 진행 중인 지난해 12월 인터뷰를 요청한 뒤 몇 차례의 e메일 교환 끝에 2개월 만에 어렵사리 e메일 인터뷰가 성사됐다.》

무대서 뛸 수 있는 기회 잡은 난 행운아

가족 희생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

체격?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찾아 활용

열심히 하고 즐기는 게 성공의 공식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NHL에서 그의 위치는 빙판 위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NHL 무대를 밟은 동양인 선수는 고작 4명. 이런 가운데 그는 4차례나 미국대표팀에 뽑혔고 2004년 미국 아시아계 최대 포털 사이트 ‘골드시’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아시아계 인물 60인’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한 선수다.

○ 서울서 태어나 3세 때 이민… NHL 14년째 활약

그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3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1994년 NHL에 입문하고 미국인 부인(데빈)과 결혼해 지금은 1남 1녀를 둔 가장이다. 성공적인 NHL 무대 정착에 대해 그는 “난 운이 좋다. 가족의 희생이 없었다면 게임을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1994년에 NHL에 데뷔한 그는 통산 516게임에 69골 87도움을 기록하고 있고 이번 시즌 뉴욕 아일랜더스에서 뛰면서 66게임서 9골 14도움으로 팀의 주전 공격수(라이트 윙)로 활약하고 있다.

14년째 NHL 무대에서 뛰고 있는 그는 “체격이 작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 스포츠이든지 큰 선수들이 있으면 작은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그 속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7세 때 처음으로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동생들을 따라 빙상장을 자주 찾았던 그는 한 아이스하키 선수의 권유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그의 NHL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2년간 하위리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가장 힘든 시기를 말한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모든 과정”이라고 말했다.

○ 美 대표팀 4차례 선발… 통산 516게임 출전 69골

한국에서 언젠가 뛸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기회에 다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미국)에서 살고 있고 여기서 이미 꿈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방한해 인기를 모았던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하인스 워드의 방한 소식에 “내가 그보다는 좀 더 한국인처럼 생긴 것 같다”며 “한국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언젠가 스탠리컵(NHL 우승컵)을 가지고 꼭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NHL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의 많은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 즐기는 것이 성공의 공식”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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