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만난 펜팔친구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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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소장(왼쪽)과 데비 스미스 씨가 9일 미국 위스콘신 주 메릴 시에서 상봉한 뒤 어릴 적 주고받았던 편지와 사진을 꺼내 보고 있다. 사진 제공 박준희 씨
박준희 소장(왼쪽)과 데비 스미스 씨가 9일 미국 위스콘신 주 메릴 시에서 상봉한 뒤 어릴 적 주고받았던 편지와 사진을 꺼내 보고 있다. 사진 제공 박준희 씨
대교 미국법인장 박준희 씨, 수소문 끝에 스미스 씨 만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펜팔을 했던 10대 한국 소년과 미국 소녀가 40대 중년이 돼서 처음 만났다.

눈높이 교육 및 대교의 미국법인장인 박준희(44) 소장은 14세 소년이던 1978년에 위스콘신 주에 사는 소녀 데비 스미스(당시 10세) 양과 펜팔을 하기 시작했다. 편지가 태평양을 건너는 데 한 달씩 걸렸다.

박 소장은 영어 편지를 밤새워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었다. 가난한 한국 소년은 미국 중산층 소녀가 보내온 미국 학교, 집, 호수 등의 사진을 보면서 태평양 너머 나라에 대한 동경을 키웠고 영어 공부에 더욱 힘썼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군에 입대한 그는 보안 문제로 군에서 영어 편지를 쓸 수 없게 됐다. 펜팔도 중단됐다.

박 소장은 2000년 대교의 미국 법인장으로 파견되면서 펜팔 친구를 만나고 싶었으나 당시 주소를 모두 잃어버려 찾을 수가 없었다.

올해 7월 초 세미나 참석을 위해 위스콘신 주에 가게 되면서 지도를 보던 그는 당시 펜팔 친구가 살았던 도시 이름 메릴(Merrill)을 기억해냈다. 인터넷에서 메릴에 사는 ‘데비 스미스’란 이름을 검색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한국 소년 박준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결국 기적처럼 30년 전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노래를 잘한다고 했던 스미스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가수가 돼 있었고 이들의 만남은 지역신문 1면 톱기사로 보도됐다.

박 씨는 “펜팔 친구가 내가 보낸 편지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자녀들의 나이가 서로 비슷해 부모의 뒤를 이어 2세가 펜팔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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