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히 잠드세요…성대 '토스트할머니' 별세에 학생들 추모

  • 입력 2007년 4월 17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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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토스트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겠지요. 15년간 지켜 오신 리어카 자리엔 은행나무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각별한 우정을 나눠 온 일명 '토스트 할머니' 조화순(77) 씨가 암으로 세상을 뜨자 성대생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조 씨가 성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1992년 10월 말. 조 씨는 성대 인근 지하방에 혼자 살면서 뇌종양 환자인 딸(37)과 백혈병에 걸린 손녀(11)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토스트를 구웠다.

조 씨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보통 토스트의 두 배만한 두툼한 토스트를 공짜로 나눠주고 학생들에게는 "손자 손녀 같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작년 4월 조 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조 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성대 총학생회는 학교 안에서 토스트를 함께 팔고 헌혈증을 기증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작년 9월 배가 아파 찾은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은 것. 다니던 성당의 지원으로 투병 생활을 해 온 '토스트 할머니'는 결국 11일 세상을 떠났다.

빈소를 찾은 동문 등을 통해 할머니의 부고가 전해지자 성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성대사랑' 등에는 학생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 많이 그리울 겁니다.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당신의 토스트는 최고였습니다' '할머니, 더 이상 힘든 일도, 그리고 편찮으신 곳도 없으시길 빕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조 씨의 딸 박운자 씨는 "학생들한테 토스트 만들어 줘야 한다며 혼자 병원을 뛰쳐나가신 적도 있다. 일기장에는 학생들하고 같이 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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