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왼손 못쓰는 ‘휠체어 방송작가’ 방귀희씨 대학 강단에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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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방귀희 씨
사진 제공 방귀희 씨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했어요.”

두 발과 왼손을 쓸 수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26년간 방송작가로 일해 온 방귀희(49·여·사진) 씨가 대학 강단에 섰다. 경희대에서 이번 학기부터 국문학과 학생 등 57명을 대상으로 ‘구성작가 실기론’을 강의하게 된 것.

첫 수업에서 휠체어 탄 교수님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방 씨는 “장애인이지만 계속 도전했고 기회를 만들어 왔다”며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수업을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방 씨는 1981년 동국대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76년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란 이유로 여러 대학에서 입학을 거부당한 뒤 입학한 학교였다. 방 씨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장애 여학생의 수석 졸업’으로 관심을 끌게 돼 당시 장애인 대상 첫 방송 프로그램인 KBS 3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에 첫 출연자로 섭외됐다. 이를 계기로 펜을 잡아 26년간 집필을 맡았다.

방 씨는 자신이 쓴 글을 활자로 만들고 싶어 하는 장애인 애청자들을 위해 1991년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했다. 강의를 맡게 된 것은 ‘솟대문학’ 평을 쓰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김종회 교수의 권유 덕분이었다. “학생들이 날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망설이던 방 씨에게 김 교수는 “우리 학생들 수준 높다”며 용기를 주었다.

첫 수업 후 방 씨는 학생들에게서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취업난이라지만 힘을 내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e메일을 30여 통 받았다. 방 씨는 “오른손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해요. 학생들 과제물에 코멘트를 직접 달아 줄 수 있거든요”라며 활짝 웃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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