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이해연 할머니 “못배운 게 제일 힘들었지”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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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고희(古稀)를 앞두고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졸업생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기청공민학교의 67회 졸업생 이해연(69·사진) 할머니. 이 씨에게 22일 ‘빛나는 졸업장’을 안겨주는 이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한 ‘마지막 공민학교’다. 6·25전쟁 뒤 문맹 퇴치와 주경야독을 위해 설립된 공민학교는 1980년대 들어 점차 사라졌다.

“전쟁통에 소학교를 그만둔 60년의 한(恨)을 이제야 풀게 됐네요.”

이 씨는 40∼60대 졸업생 11명 중 최고령이면서도 3년간 평균 90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 ‘최우수상’을 받는다. 게다가 글짓기대회 수상 등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열의를 쏟아 동작교육청이 주는 ‘동작학생상’도 받는다.

가난한 집안의 7남매 맏딸이었던 이 씨는 소학교 2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배움의 꿈을 접어야 했다. 3년 전 친척의 공민학교 졸업 소식을 듣고서야 뒤늦게 이곳을 찾은 것. 기청공민학교는 초등학교 6년 과정을 3년간 집중 교육한다.

이제 중학교 진학에 도전하는 이 씨는 ‘재미있는 공부’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이 씨는 “한문이나 국어는 자신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서 수학이 걱정된다”며 웃었다.

이 씨는 얼마 전 1학년 담임교사였던 노석순(55) 씨에게 수학, 영어 공부를 위해 자문을 했다. 노 씨는 “이렇게 많은 나이에도 꼬박꼬박 학교를 찾는 분들을 보면 피곤하다는 생각은 사치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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