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정진석(75) 추기경의 집무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박경민(17·일산동고) 군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악성림프종을 앓고 있는 박 군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몸이 불편한 박 군으로서는 어렵게 던진 질문이다.
“박 군 나이인 17세 때 결심했어. 여러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고….”(정 추기경)
정 추기경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박 군과 정 추기경의 만남은 박 군의 표현대로 ‘기적처럼, 갑작스레’ 이루어졌다. 올해 초 자주 피로감을 느끼던 박 군은 조직검사 결과 악성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현재 암이 중추신경계와 골수까지 전이된 상태. 박 군은 3일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입원 시기가 다가오자 한 가지 소원이 생각났어요. 우리나라에서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분을 찾아서 기도를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박 군은 11월 초 자신의 사연을 편지 형식으로 적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홈페이지에 올렸고 정 추기경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어머니 차경숙(41) 씨는 “본인에게 위로도 되겠지만 우리 전체 가족의 마음고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기도와 함께 “고통스러워도 주위를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해. 우리 가족이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가슴이 아플까 생각하고, 가족의 괴로움이 적어지도록 기도를 하다 보면 병 역시 치유될 것이야”라고 박 군을 위로했다.
아버지 박상근(48) 씨는 아파트 관리 일을 해 왔으나 아들 간병 때문에 자리를 비우다 결국 9월에 해고를 당했다. 현재 박 군은 혈소판이 부족한 상태지만 집무실을 나서는 그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꼭 병을 극복한 뒤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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