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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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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사회과학대 학장으로 재직하다 2003년 8월 정년 퇴임한 정만식(사진) 씨가 12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66세.
고인은 교수로 재직하던 1992년부터 매일 아침 일찍 집 근처 골목과 산 등지에 버려진 옷가지와 장난감을 모아 깨끗이 빨고 수리해 복지시설에 전달해 왔다.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옷가지를 학교에 가져와 세탁하자 일부 교수는 “빨래를 집에서 하지 왜 학교에서 하느냐”고 오해하기도 했다. 고물 수집상과 자주 실랑이를 벌였고 그의 집은 고물상을 방불케 했다.
정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제자들도 버려진 장난감 등이 눈에 띄면 스승의 연구실로 가져왔다. 정 씨는 이를 모아 매 학기 학생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찾아 전달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이런 선행으로 2001년 스승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년퇴직 후 정 씨는 남미 개발도상국에서 자비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꿈을 세우고 2004년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직업전문학교 카일렉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봉사활동 중 자동차를 스스로 수리하기 위해선 자동차 정비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그해 연말까지 5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페인어 공부에도 열을 올렸다.
자식뻘의 학생들과 공부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그는 2004년 여름 모 제약회사의 관절염 치료제 광고 모델이 됐다. 그는 광고 출연료 대신 퇴행성 질병 치료약을 받아 자치단체와 사회단체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피를 토하는 바람에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제자 김종천(40·목원대 교직원) 씨는 “교수님은 스승이기 전에 아버지셨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만면에 지으며 들뜬 기분으로 남미 봉사활동을 떠날 준비를 해 오셨는데 그 꿈을 펴 보기도 전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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