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학칙에 눈물… 뒤늦은 학사모

  • 입력 2006년 2월 27일 02시 59분


재학 중 결혼을 금지한 학칙 때문에 20∼40여 년 전 학교를 떠났던 이화여대 만학도들이 27일 졸업한다.

김이환(68·영어영문학) 최은선(54·도자예술) 허순이(46·체육학) 씨 등 11명은 2003년 금혼 학칙이 폐지된 뒤 재입학했다.

72학번인 최 씨는 1975년 결혼하면서 학교를 떠났다. 2003년 가을 재입학한 최 씨는 젊은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매일 오후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도예 실기에 매달렸다.

최 씨는 실기를 마치면 곧바로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아동용 모자 가게로 달려가 다음 날 새벽까지 일했다.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가야만 해 잠은 서너 시간밖에 잘 수 없었다.

최 씨는 “‘금혼 학칙 폐지 덕분에 뒤늦게 학교로 돌아왔지만 공부는 괜찮게 하더라’는 얘기를 듣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세 딸의 어머니이자 인테리어업체 사장인 허 씨는 2년 반 동안 1인 3역을 해냈다.

지난해 3월 재입학한 김 씨는 입학 당시 인터넷은커녕 프린터 사용법도 몰랐지만 이제 파워포인트로 발표를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췄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유종의 미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화여대는 재학 중 금혼 규정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현실적인 학칙’이라는 비난이 일자 2003년 1월 이 규정을 폐지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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