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옥씨 “노트필기 대신 수화통역”…청각장애 2명과 대학졸업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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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동급생들에게 강의 내용을 수화로 통역해 주며 이들과 함께 경기 의정부시 신흥대를 졸업한 엄정옥 씨(오른쪽)가 21일 임원균 교수, 청각장애인인 송지훈 씨(왼쪽)와 강의실에서 사랑을 뜻하는 수화를 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청각장애인 동급생들에게 강의 내용을 수화로 통역해 주며 이들과 함께 경기 의정부시 신흥대를 졸업한 엄정옥 씨(오른쪽)가 21일 임원균 교수, 청각장애인인 송지훈 씨(왼쪽)와 강의실에서 사랑을 뜻하는 수화를 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3명이 함께 졸업장을 받게 돼 기뻐요.”

경기 고양시 수화통역센터 엄정옥(嚴貞玉·46·여) 씨. 그는 청각언어장애인인 송지훈(35) 신동진(45) 씨와 함께 경기 의정부시 신흥대 위생과학과 2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 강의 내내 수화로 통역을 해 준 그였기에 이번 졸업은 남달랐다.

“다들 칠판을 보고 앉아 있지만 저는 두 사람이 강의를 이해하도록 수화 통역을 해 주느라 늘 교수님을 등지고 앉는 무례한 학생이었죠.”

엄 씨의 수화 통역에 감동한 교수들은 미리 강의 요약본을 e메일로 보내주고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이나 경찰서 등에서 수화 통역을 하느라 엄 씨가 수업에 빠질 때는 다른 학생들이 필담으로 강의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렵게 공부를 마친 세 사람은 17일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해 지인을 통해 졸업장만 20일 전달받았다.

엄 씨와 송 씨는 통역 일과 상담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개그맨 신동엽 씨의 형인 동진 씨는 올해부터 한국농아인협회 자막영상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어 짬을 내지 못한 것.

엄 씨는 “셋이서 고생하며 따낸 ‘삼각 졸업장’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며 “더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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