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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16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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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산하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가정의 날(15일)을 기념하는 가족이야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타게 된 유영희씨(柳英熙·여·46·전북 전주시 삼천동).
학창 시절 배구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던 그녀는 스물넷에 결혼했다. 아들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어느날 ‘전신 류머티스 관절염’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1급 지체 장애인의 삶을 살아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늘이 찔러대는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 의식은 있어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대소변을 다른 사람이 받아줘야 했다. 갓난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4년 동안 요양원에서 지냈다.
온 몸 관절의 연골이 다 녹아 내려 1989년부터 전신 마취 수술을 10여 차례 받았다. 양 무릎과 어깨, 팔꿈치를 모두 인공관절로 바꿨다.
친정아버지는 “산 사람이나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했다. 아내, 엄마, 며느리 노릇 어느 하나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워 남편에게 수차례 이혼을 요구했다. 중학교 교사인 남편(53)은 그럴수록 “부부는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이니 어느 한쪽이 약하면 강한 쪽이 채우면 된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빚을 내서 전국의 좋다는 약과 요양원을 함께 찾아다녔다.
남편은 아내가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부부 동반 모임에 빠짐없이 아픈 아내를 업고 다녔다. 가족 누구도 그를 환자로 대하지 않았다.
엄마와 소풍가서 찍은 사진이 한 장 없는 아이들은 탈 없이 잘 자랐다. 큰아들(23)은 올해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근무 중이다. 둘째(21)는 금오공대에 학부수석으로 입학해 2학년에 다니고 있다.
얼마 전 휴가 나온 큰 아들이 “우리 아빠 살아온 게 너무 힘들고 안타까웠지만 남자로써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을 때 가족 모두 눈물을 훔쳤다.
손자를 키우고 살림을 도맡았던 시어머니(82)는 4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에 관절염이 겹쳐 걸음을 걷지 못한 채 앉아서만 지낸다.
“내 몸도 부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억지로 효도하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님은 혼자 일어 설 수가 없는 대신 나는 혼자 앉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서서 하는 일은 내가, 앉아서 하는 일은 어머님이 하면서 더불어 살아야지요”
유씨는 다행히 간단한 집안일을 할 정도로 몸이 나아졌지만 인공 관절 사용 연한이 다돼 앞으로도 몇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한다.
4년 전부터 굽은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그는 가슴 속에 묻어 둔 이야기를 써서 지난해 장애인 문학상과 ‘수필과 비평’ 신인상을 받았다. 올해는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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