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씨 “법조인-가수 두가지 꿈 이룬 난 행운아”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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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법조인’ 이승민 씨가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롯데의 한 바에서 4일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다. 11월 한 달간 이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 이 씨는 최근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 -동정민 기자
‘예비 법조인’ 이승민 씨가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롯데의 한 바에서 4일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다. 11월 한 달간 이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 이 씨는 최근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 -동정민 기자
“합격자 발표 전날에도 노래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2일 발표된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서울대 법대 대학원생 이승민(李丞敏·26·여) 씨.

오랫동안 준비해 온 법조인의 꿈을 성취한 그는 지난달 남몰래 키워 온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무대에 올라 맘껏 노래를 부른 것. 이 씨는 매일 밤 서울 중구 롯데호텔 지하의 한 바에서 두 시간씩 노래를 불렀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에게서 ‘고시생’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사법시험 준비생은 법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편견이죠. 마음에 음악과 영화 등에 대한 끼를 품고 사는 고시생들이 많아요. 잠시 숨기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 씨가 끼를 숨기는 건 쉽지 않았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플루트와 피아노 등을 배운 이 씨는 대학(서울대 독문과) 시절 ‘쌍투스’라는 대학 연합 합창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1999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노래에 대한 관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던 이 씨는 6월 2차 시험을 마친 직후 한 기획사를 찾았다. 몇 차례의 오디션 끝에 그는 11월 라이브 가수로 무대에 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비밀이었다. 합격자 발표 전에 튀는 행동으로 괜한 걱정을 끼쳐 드리기 싫었기 때문.

합격 소식과 함께 무대를 떠나게 된 이 씨는 4일 마지막 공연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아버지 이채욱(李采郁·58·GE코리아 사장) 씨는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그 사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딸이 자랑스럽다”고 흐뭇해했다.

법조인이 아니었으면 뮤지컬 가수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을 거라는 이 씨. 그는 “정식 가수로 데뷔할 수는 없겠지만 밴드를 구성해 노래를 부르는 등 취미로라도 계속 노래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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