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수’ 정수일씨 왕오천축국전 역주

  • 입력 2004년 4월 20일 00시 24분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는 혜초(慧超)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어 제 마음을 더욱 끌어당겼습니다.”

아랍인 교수 무하마드 깐수에서 한국인으로 돌아온 정수일씨(70)가 19일 기자들과 만났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 간)의 역주자로서였다. 국내 학자가 ‘왕오천축국전’의 역주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8세기 승려 혜초의 여정을 설명하며 자신의 ‘망향의 정’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왕오천축국전’에 실린 혜초의 시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남의 나라는 땅끝 서쪽에 있네/일남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누가 소식 전하러 계림으로 날아가리’를 읊기도 했다.

97년 간첩혐의로 구속됐던 정씨는 지난해 5월 국적을 취득해 “4·15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문명교류사 전문학자인 정씨는 “‘왕오천축국전’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3세기 이탈리아 수도사 오도릭의 ‘동유기’, 아랍인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힐 만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왕오천축국전’의 반환운동을 펼쳐야 한다며 한국의 국보 지정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주장하기도 했다.

“혜초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아랍제국을 밟은 사람이자 아랍을 뜻하는 ‘대식국(大食國)’이란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지요. 한국 최초의 세계인이었습니다.”

그는 ‘왕오천축국전’의 여정 중 어느 대목이 직접 목격한 것이고 어느 대목이 들은 것인지를 뚜렷이 분석해냈다. ‘왕오천축국전’의 주요 어휘 85개의 빈도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이 3권으로 이뤄진 원본의 축약본이며 227행의 현존본도 전체 405행 분량의 일부라는 점을 추론해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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