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으로 청력상실 조은경양의 애틋한 思母曲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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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의 고통을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승화시킨 문학소녀 조은경양이 좋아하는 시집을 꺼내보이고 있다. -이천=이재명기자
난치병의 고통을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승화시킨 문학소녀 조은경양이 좋아하는 시집을 꺼내보이고 있다. -이천=이재명기자
‘사망확률이 높은 수술동의서로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5시간의 수술 끝에 다시 눈을 뜬 내 앞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 어머니께서 웃고 계셨다. 중환자실에서 꽉 잡은 어머니의 손, 혹시 놓으면 연기처럼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 한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고 있는 경기 이천양정고 3학년 조은경양(18). 조양이 5월 조선대가 주최한 전국 고등학생 어버이은혜 수기 공모전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대목이다.

조양은 어머니 김순옥씨(42)만 보면 눈물이 맺힌다. 조양이 2세 때 아버지와 별거한 뒤 어머니 혼자 병든 두 딸을 간호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프기 때문 이다.

조양의 병명은 신경섬유종증. 신경이 있는 곳은 어디든 종양이 자라는 희귀병이다. 현대의학으론 완치가 어렵다. 평생 그림자처럼 함께해야 할 고통을 안고 산다. 그 고통을 어머니는 배(倍)로 안고 살아간다.

유전되는 이 병은 2000년 조양의 언니(21)에게 먼저 엄습했다.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고 다리가 마비되기 시작했다. 병원을 전전하다 뒤늦게 원인을 알았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곧바로 조양에게도 병마(病魔)가 찾아왔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젠 환청만이 들릴 뿐이다. 목에도 종양이 생겨 말소리보다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어머니 김씨는 낮에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언니를 간호하고 밤에는 식당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며 두 딸을 지켜내고 있다.

“지금도 치료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아요. 아니 죽을 때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할 거예요. 지금이야 나라도 일을 할 수 있지만 내가 나이 들면….”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양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글로 표현한다. 조선대 주최 어버이은혜 수기 공모전에서 ‘모정(母情)’으로 동상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각종 글짓기대회에서 10여차례 수상했다.

중학교 때부터 글짓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조양은 아픈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쓰고 싶다며 책 한권을 내밀었다.

안도현의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에서 ‘가난하다는 것’이란 시를 펼쳐 보였다.

‘가난은/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중략)/사랑하는 이들은/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100일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과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행복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조양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031-636-7187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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