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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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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는 것이 불편한 장애인 2명이 서울지역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청각장애 2급으로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홍여형씨(27·여)와 시각장애 2급으로 올해 우석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는 박재화씨(23)가 주인공.
홍씨와 박씨는 올해 서울지역 초중등교 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2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5일 최종 합격했다.
지금까지 지방에서는 간혹 장애인이 교사에 임용되기는 했지만 임용 경쟁이 치열한 서울의 경우 장애인이 합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청기 없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홍씨는 1999년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 중이었으나, 청각장애인학교인 서울삼성학교에서 미술 보조교사로 일하다 진로를 바꿔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홍씨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어 유학을 가려 했지만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워 포기했다”며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작가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대학 1학년 때 한 기업에서 후원한 ‘청년정신탐사단’에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동부 아프리카 횡단과 킬리만자로산 등반을 했을 정도로 진취적인 정신도 뛰어나다.
시각장애인으로 일반학교에 다녔던 박씨는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적응하기도 힘들어 공부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되새기면서 특수교사로 봉사하기로 결심한 끝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박씨는 “수업 시간에 칠판 글씨를 보기 어려워 선생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장애학생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사가 꼭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올해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교사 임용시험에는 중등교사 362명과 보건교사 19명, 특수(중등)교사 41명 등 모두 422명이 최종 합격했으며 합격자 명단은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에서 볼 수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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